지불 결제에만 집중된 국내 핀테크 산업의 관심을 금융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핀테크2.0’이 필요하다. 국내 핀테크 산업은 일부 산업에 국한된 문제뿐 아니라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 카드 이외에도 증권, 보험과 연계된 빅데이터 등 IT를 접목한 사업 다각화와 세계 표준화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31일 출범한 금융개혁자문단과 앞서 구성된 금융개혁회의에서 이 같은 관점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금융개혁 18대 과제 추진을 위한 개혁과제 사전 검토작업를 위한 만든 임시 기구다. 실무를 담당할 자문단은 총괄·감독쇄신, 은행·지주, 자본, 보험·기타업권, 자산운용·연금, 금융세제 등 6개 분과별로 구성됐다. 각 분과는 해외사례를 연구해 국내 여건에 맞는 벤치마크 방안을 마련하고 금융개혁 과제를 사전 검토·자문하게 된다.
금융위는 자문단에서 논의되는 핀테크는 각 업권별 금융기관 필요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은 평가는 비판적이다. 페이팔이나 알리바바 핀테크 혁신이 금융에서 출발하지 않았다는 점을 여전히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장 관심을 받고 있는 은행이나 카드사도 아닌 증권과 보험 등으로 넘어가면 금융사 관점의 접근으로는 혁신적인 핀테크 산업이 나올 수 없다는 평가다.
실제 홈트레이딩시스템부터 모바일트레이딩, 스마트트레이딩 등 IT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던 증권업계의 ‘정책당국의 지침에 따르겠다’는 소극적인 반응이 이를 대변한다.
코스콤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이를 두고 “아직도 핀테크를 단순한 지불결제로만 보고 할 일이 없을 것이라 미리 재단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IT기술을 통한 혁신적인 변화를 증권이나 보험사가 먼저 움직이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상품 서비스나 마케팅 기법, 보안산업 등 여러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이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송금, 결제뿐 아니라 자산관리, 투자, 보안 및 데이터 분석 등 접근 분야도 다양하다.
권영탁 하나SK카드 모바일 마케팅 팀장은 “핀테크에는 지불결제만 있는 것은 아니라 P2P, 자산관리, 투자, 대출, 보안 등 다양한 영역이 존재한다”며 “이 부분은 전통적 금융사보다 비금융 플레이어가 훨씬 더 다양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의 새로운 핀테크2.0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혜성 와디즈 사장은 “(핀테크는) 협소한 의미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저렴한 수수료, 이자 혜택 등과 같은 실질적 ‘경제성’을 제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다음 세대 핀테크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