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소재부품산업이 무역흑자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정부가 2001년도에 부품소재특별법을 제정하여 총력을 기울이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무려 10배가 넘는 성장을 이룬것이다. 그러나 무역흑자의 내막을 살펴보면 소재산업은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이나 다름없다. 한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를 빌어 표현하자면 “넛크래커, 한국의 소재부품산업, 도긴개긴 도긴개긴!”인 것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상황이 넛크래커(Nut-cracker)와 다름이 아니다. 실제로 무역흑자 비중을 보면 소재산업이 21%로, 79%를 차지하는 부품산업의 무역흑자 비중에 비해 기여율이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더 깊게 들여다보면 소재산업은 여전히 기술경쟁력 보다는 가격경쟁력 중심의 경쟁력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13년도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소재분야 가격우위 비중은 62%, 기술우위 비중은 33%로 기술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과의 교역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중국마저 소재부품시장을 무섭게 잠식해오고 있어 넛크래커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렇듯 한국경제는 무역흑자 속에 감춰진 내막을 잘 분석하여 미래 소재부품산업의 경제적 재도약을 준비해야 할 ’골든타임‘에 놓여 있다. 흑자를 내고있으니 한숨 돌리자는 생각을 했다가는 자칫 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재부품산업의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정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10대 프리미엄 소재를 개발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로 ‘WPM(World Premium Material) 사업’을 2010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또한, 민간 자체개발 리스크가 큰 전략적핵심소재 기술개발과 고부가가치 부품개발을 지원하는 ‘SW융합형부품 기술개발사업’을 2012년부터 시행 중이다.
정부는 소재부품 기술개발사업의 성공률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우선 미래 세계시장을 선점할 핵심소재부품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시장선도형 소재부품 R&D전략’을 수립해 유망 소재부품을 선별하고 가치사슬(value chain)을 도출하는 등 사전기획을 강화했다. 특히, 일본과의 소재부품 무역 역조를 해소하기 위해 거래데이터를 분석해 핵심기술 품목을 발굴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또한 소재부품의 실질적인 수요기업을 기술개발사업에 의무참여토록 해, 기술개발 종료 후 즉시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체계화했다. 앞으로는 유사 소재분야의 연구자들이 경험을 공유하는 ‘지식창출의 장’을 조성해 소재R&D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사업화를 촉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기술경쟁력 패러다임이 시스템산업에서 소재부품산업으로 전환된 지 이미 오래다. 시스템산업의 부가가치와 성능은 소재부품 기술의 경쟁력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 실제로 ‘2015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화두가 되었던 사물인터넷(IoT)의 실현은 지능화·첨단화된 융합센서부품이 개발되었기에 가능했다. 경제침체에 빠진 독일경제와 일본경제를 지탱한 것도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 덕분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소재부품산업의 무역흑자가 1000억달러를 돌파한 지금, 우리는 다시금 재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의 쾌거가 2020년 한국 소재부품산업을 세계 4강 자리에 올려놓는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상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소재부품산업평가단장 kst@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