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기술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개방형 플랫폼 운영과 국제 표준화 작업 주도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된 방대한 개인 정보의 악용 우려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됐다.
2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 1회 웨어러블 스마트디바이스 국제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는 웨어러블 시장 폭발적 성장에 맞춘 균형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과 개방성 플랫폼 중요성을 역설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DGIST 교수)은 “웨어러블은 사물과 사람이 연결되는 수준의 단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며 “개별 기술 문제가 아닌 거대 플랫폼 전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가 얼마나 먼저 임계치에 달하는 수준의 사용자를 참여시키고, 이들에게 얼마만큼 유용한 가치를 주는지에 따라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개방형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개인 정보 악용과 데이터 유출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우리나라가 웨어러블 산업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기 위한 방안도 활발히 논의됐다. 안종일 국가기술표준원 표준정책국장은 “IEC(국제전지기술위원회) 회의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는 전담조직 신설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국가표준코디네이터 제도 운영 등을 통해 기술과 표준 개발의 연계를 강화해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산업 기반이 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웨어러블 기기는 간단한 손목기기에서 시작해 다양한 산업에 폭발적인 파급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협회는 앞으로 국제 표준화 이슈를 공유하고, 웨어러블 관련 차세대 소재·공정 기술 분야의 원천 기술개발 등의 지원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대규모 국제행사로 개최된 이번 포럼에는 250여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미니인터뷰]자야라만 조지아공대 재료공학과 교수
“한국은 이미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최고 강자로 설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췄습니다.”
자야라만 조지아공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를 세계 웨어러블 시장 선점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지목했다. 핵심 기술인 모빌리티, 센싱 등 기술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 ‘넘버원’이기 때문이다. 단 기존 모바일·디스플레이 등 ICT와 텍스타일(섬유) 산업을 어떻게 융합시켜 나가느냐가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자야라만 교수는 “웨어러블은 항상 사람이 함께 하는 의류(옷) 산업분야에 가장 많이 적용되고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라며 “옷을 통해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기 오염도를 측정하는 등 앞으로 이 분야와 기술 개발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옷’ 자체가 ‘웨어러블 플랫폼’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관련 핵심 기술로는 모빌리티, 모니터링와 센싱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야라만 교수는 “스마트폰도 2~3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많은 변화가 있듯이 웨어러블 시장도 삼성,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이 뛰어들면서 매년 급격하게 기술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며 “업체마다 독자적 기술로 만들기 전에 기술 표준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