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지난해 영국 대학평가기관 QS 평가에서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수’ 세계 4위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THE(Times Higher Education) 세계대학 평가에서도 ‘공학기술’ 분야 국내 4위, 세계 96위라는 빼어난 성적표를 받았다. 광주의 과학특성화대학이 세계를 깜짝 놀랠만한 이슈를 잇달아 만들어 낸 셈이다.
GIST는 22년전 황무지와 다를 바 없던 광주첨단산단에 들어섰다. 연구개발(R&D)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했던 당시 교수, 학생 등 구성원은 R&D에 올인했다. ‘불이 꺼지지 않는 실험실’이 GIST를 상징하는 수식어가 되기도 했다.
실험실에서 날밤을 세우며 흘린 땀은 글로벌 수준 논문과 연구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0년 학사과정이 개설된 후에는 전국 우수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입학 경쟁률은 10대 1을 훌쩍 넘겼다. 이제는 예비 과학자 요람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소통 문제는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지자체는 물론 지역에 있는 대학, 연구소, 기업과의 소통 부재는 뛰어난 성과 이면에 어두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구성원이 늘자 격의 없는 토론문화는 점점 줄어들었다. 학부간 협업(Collaboration)도 갈수록 어려워졌다. 최근 6년간 지역사회와의 소통은 사실상 단절됐다.
GIST 부설기관인 한국문화기술연구소가 소통부재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미 확보한 수십억원 예산을 집행하지 못해 지역사회에 실망감만 안겨줬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GIST는 독립된 섬’이라는 볼멘소리를 낸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GIST에 거는 애정과 기대가 아직도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광주는 나주혁신도시이전을 비롯해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아시아문화전당개관 등 굵직한 이슈가 널려있다. 기회의 장이 열린 셈이다. GIST에 광폭 소통을 주문하는 이유다.
다행히 지난달 취임한 문승현 총장은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다. 내부 구성원을 잇달아 만나 인사와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광주시, 전남도, 전남대 등 지역사회와 협력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GIST 연구 역량에 소통문화가 결합된다면 ‘창조경제’ 해법도 어렵지 않게 구하리라 본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