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실적 부진과 성장 정체를 겪은 1세대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 넥스트칩과 텔레칩스가 올해 재도약에 나섰다.
넥스트칩(대표 김경수)은 올해 사업 키워드를 ‘중국’으로 잡았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신제품이 중국 현지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연간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증권가는 올해 넥스트칩 실적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2012년 531억원을 상회한 550억원 매출과 8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넥스트칩 실적 부진 탈출을 이끈 효자 품목은 아날로그 CCTV에서도 HD급 영상을 전송하는 ‘아날로그HD(AHD)’ 제품이다. AHD는 기존 동축 케이블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디지털 수준 고화질을 전송할 수 있는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다.
아날로그 CCTV를 디지털 CCTV로 전환하려면 별도 선이 필요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넥스트칩 ISP를 사용할 경우 카메라 시스템만 교체하면 돼 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 가격이 장점으로 중국 현지 CCTV 제조사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넥스트칩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AHD 기술이 대세가 됐다”며 “신기술과 신제품 효과가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020년 매출 5000억원, 세계 25위 팹리스 기업 도약을 비전으로 내건 텔레칩스(대표 이장규)도 올해 출발이 좋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영업손실 19억원, 79억원을 냈다가 지난해 연간 흑자 1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700억원대에서 계속 머물며 정체했다.
텔레칩스는 약 7년간 정체기 동안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 기업으로 완전히 변신했다. 안정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이 분야 특성상 올해부터 정체기를 벗어나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을 자신했다.
이장규 대표는 “전년대비 매출이 30%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이 753억원임을 감안하면 사상 최대 실적인 2008년 892억원 기록을 넘어 올해 처음으로 1000억원 매출에 도전장을 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중국 진출과 현지 사업 확대, 신사업 등을 꾀하며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팹리스가 많다”며 “업계가 전반적으로 수년간 부진을 겪었고 중국 경쟁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올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넥스트칩 실적 추이
텔레칩스 실적 추이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