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인터넷]심상철(7기․33)이 심상치 않다. 25일 시즌 개막전(13경주) 승리 후 내리 5연승을 내달리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던 그는 지난주에도 2승을 추가했다. 잠시 빼앗겼던 다승 선두는 다시 그의 차지가 됐다.
전까지 부활의 신호탄을 쏘며 다승(8승) 선두를 낚아챘던 대선배 김효년(41・2기)은 그를 추격하는 신세가 됐다.
과거 그의 주특기는 ‘전속 휘감기’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경기 운영의 시야가 넓어졌다는 평가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휘감아 찌르기’의 마술사다. 휘감아 찌르기는 불리한 아웃코스에서 출발하더라도 인코스 선수의 안쪽을 파고들어 선두로 치고 나가는 고난도 경정 기술이다. 지금까지 거둔 아홉 번의 승리 가운데 네 번이 휘감아 찌르기에서 나왔다.
심상철의 원래 꿈은 경마 기수였다. 경마 기수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던 중 미사리에서 물보라를 가르며 질주하는 경정이 눈에 들어왔다. 인생을 걸어도 괜찮을 것 같을 만큼 매력이 느껴졌다. 6기 후보생에 지원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재도전 끝에 후보생 7기로 경정에 입문 2008년 데뷔했다.
그는 데뷔 초기 ‘그랑프리의 사나이’로 통했던 배혜민과 함께 ‘무서운 신예’로 이름을 떨쳤던 ‘경정 황태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신인들에게 쉽사리 우승을 내주지 않는 대상경주(2010 스포츠칸배) 챔피언 타이틀을 데뷔 3년 만에 거머쥔 것이다. 그가 걸출한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당시 대상경주는 경정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경주로 기록될 정도다.
명성은 2012년에도 이어졌다. 5월 23일 9경주를 시작으로 7월 18일 9경주까지 두 달간 파죽지세로 12연승의 고공행진을 달렸다. 이는 데뷔 5년차인 그의 이름을 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런 활약에 심상철은 그해 연승기록상과 2분기 MVP에 선정되며 최고 주가를 올렸다.
하지만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12년 말 체력보강을 위해 자전거로 훈련 하던 중 낙차사고를 당했다. 오른쪽 어깨 인대가 파열되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부상 후유증 이었을까, 2013년은 전복 등으로 인한 잦은 실격, 2014년에는 두 번의 플라잉(출반위반)으로 출전정지까지 당하는 등 지난 2년간의 시련은 그를 ‘반짝 신예 스타’로 전락하게 했다.
올해는 초반 감각이 좋다. 과감한 플레이로 선수들을 주눅들게 할 만큼 예전의 실력이 보인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그는 다승 1위에 힘입어 상금 2위, 종합랭킹은 5위에 올라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정관계자는 “심상철은 신인 시절부터 선천적으로 경주감감을 타고 났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영리한 선수다. 그가 초반의 기세를 잘 살려 대상경주 등에서도 다시 한 번 정상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성률 기자 nasy2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