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 1200조 넘어…돈 풀던 정부, ‘재정 관리’로 방향 선회

정부는 2016년 예산안 편성 방점을 재정개혁에 맞췄다. 경기 회복을 위해 그동안 고수했던 ‘확장적 재정’에서 ‘관리’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연속되는 세수 펑크와 불안한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경기 회복 모멘텀을 강화할 필요가 크기 때문에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집행하고, 하반기 상황은 세수 등 상황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부터는 확장적 재정을 유지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여기에는 경기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판단과 재정 건전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복합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재정 여건은 녹록지 않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4 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93조3000억원 늘어 121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세수는 줄어들었지만 경기활성화를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며 국채 발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연금충당부채(공무원·군인에게 지급할 연금액을 추정해 현재가치로 환산한 부채)는 전년대비 47조3000억원 늘어나 643조6000억원에 달했다.

현금주의(현금이 실제 수입과 지출로 발생할 때 거래로 인식하는 회계방식)에 입각한 중앙·지방정부의 국가채무는 작년말 530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0조7000억원 늘었다. 통계청 추계인구 5042만4000명으로 나눠 계산하면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05만2000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7%로, 전년보다 1.4%포인트 올랐다. 통합재정수지는 8조5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확장적 재정정책 영향으로 29조5000억원 적자를 보였다.

정부는 강도 높은 개혁으로 재원 배분 합리성을 높인다. 최 부총리가 강조했듯 ‘제로베이스’에서 재정사업을 재검토 한다. 한 번 시작된 사업이 관행적으로 계속돼 사회 변화에 대응하지 못 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다.

예산 중복·누수 차단에도 역량을 모은다. 신규사업을 추진하거나 종전 사업 예산을 확대할 때에는 해당 부처에서 지출 절감 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지출증가·세입감소를 수반하는 법률을 제·개정하거나 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재원조달방안을 첨부해 재정당국과 협의 후 추진한다.

보조금 부정수급도 근절한다.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신고포상금제 도입 등 부정수급 방지 인프라를 확충한다. 신규사업 적격성 심사제, 일몰제 도입 등 보조사업 선정 심사·평가를 강화한다.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되면 관련 예산을 삭감하거나 폐지한다.

지방재정 지원체계도 정비한다. 교부세 산정방식을 단순화하고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해 사회복지비 비중을 확대하는 등 배분기준을 개편한다. 또 지자체의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감면 축소 등 재정건전화 노력에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노형욱 기재부 재정관리관(차관보)은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재정건전성은 상당히 건전한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나 복지재정의 증가추세 등을 감안해 지금부터 더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