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전자회로기판(PCB) 업계가 어려움을 겪은 것과는 달리 세계 PCB 산업은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이 원화 강세로 매출과 수익에 타격을 입은 반면에 유럽과 대만, 일본 등 주요 PCB 제조국은 유로화, 대만달러화, 엔화 약세로 상당한 환율 효과를 누렸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인차이나(RI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PCB 산업은 총 매출 규모 596억달러(약 64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3.7% 성장했다. 2011년 이래로 고속 성장을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역시 호조를 보였다.
반면에 국내 전자회로기판 생산 규모는 전년대비 9%가량 감소한 9조25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핵심 전방산업인 국내 휴대폰 시장 부진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리서치인차이나는 타이완과 유럽 기업이 환율 효과로 높은 수익 향상을 기록했으며 일본은 생산 공장 절반 이상이 해외에 있어 환율 효과는 적었지만 한국 기업에 비해선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평했다.
지난해 세계 PCB 시장 성장 원동력은 휴대폰 주기판(HDI)이다. 스마트폰 화면 크기가 점점 커지는 추세에 중국 등에 기반을 둔 후발 휴대폰 제조업체 생산량 증가로 시장이 확대됐다. 일본 파나소닉의 애니레이어(Anylayer) HDI 사업 철수로 올해 글로벌 PCB 기업 여러 곳이 애니레이어 HDI 생산량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9년 이후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서버용 PCB 역시 주요 성장 요소로 꼽힌다. 서버용 PCB에 강점을 가진 대만 WUS프린티드써킷과 ACCL은 지난해 각각 20%와 27%의 매출 향상을 기록했다. 자동차 전장용 PCB와 방열 성능이 뛰어난 LED용 메탈 PCB도 시장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분야다.
국내 PCB 업계도 올해는 부진을 털고 재기할 계획이다.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로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자동차 전장용, 반도체 PCB 등 고부가 시장 진입으로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코리아써키트와 대덕전자 등 주요 PCB 업체 전망도 긍정적이다. 주요 고객사 신제품 효과로 수주 물량이 회복되고 있다. 전방 시장 상황에 따라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된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PCB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적인 PCB업계 동향은 나쁘지 않았지만 일부 고객사 의존도가 높은 국내 PCB 산업이 스마트폰 시장 부진과 환율 영향을 직격으로 맞았다”며 “올해는 전방 시장 상황도 좋을 것으로 기대돼 지난해 학습한 경험을 바탕으로 매출처 다변화 등 전략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