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국부펀드 `21조` 놓고 BOE 등 3개 사업단이 경합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국부펀드 1200억위안(약 21조1440억원)을 놓고 3개 사업단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르면 내달 육성 기업이 최종 선정된다. 중국 정부 반도체 사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릴 전망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제조업체 BOE와 상하이에 위치해 있는 A 업체, 그리고 제 3의 사모펀드까지 총 3개 사업단이 정부가 진행하는 반도체 육성대상 기업 선정 작업에 참여했다. BOE는 베이징 성 정부가, A사는 상하이 성 정부가 각각 힘을 보태고 있다.

베이징 이좡단지에 있는 BOE의 8.5세대 LCD 라인.
베이징 이좡단지에 있는 BOE의 8.5세대 LCD 라인.
중국 반도체 국부펀드 `21조` 놓고 BOE 등 3개 사업단이 경합

업계 관계자는 “과거 LCD 사업 추진 시 베이징과 상하이 두 도시가 치열하게 정부 지원줄을 놓고 경쟁했던 상황과 비슷하다”며 “이들 사업단은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한 지난해부터 치열한 물밑 경쟁을 전개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1200억위안에 달하는 국부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로 칩 설계와 조립은 물론이고 반도체 소재 개발 등 전 방위적인 투자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오는 2020년까지 14나노 기술을 확보해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추고, 2030년에는 자국 한두 개 업체를 글로벌 넘버원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번 사업은 반도체 분야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키우기 위한 ‘씨앗’ 고르기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3개 사업단 중에는 BOE가 가장 유력시 되고 있다. BOE는 최근 내부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 진출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지난달 말에는 BOE LCD와 BOE 반도체로 그룹을 나눴다. LCD 사업은 과거 대형 패널사업을 총괄했던 류사오똥 부총재가, 반도체 사업은 과거 소형 패널을 총괄했던 왕쟈홍 부총재가 각각 맡았다.

BOE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서 BOE가 정부로부터 육성 기업에 선정되지 못해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게 되면 대안으로 반도체 장비 사업과 고해상도 LCD 개발을 위한 중고장비 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만큼 단독사업단이 아닌 조인트벤처 형식의 통합사업단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BOE사업단이 40%, A기업 사업단이 40%씩 지분을 나눠 갖고, 제 3의 사모펀드가 20%를 보유하는 형식이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업체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더라도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세계 선두로 올라서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