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대 금리 시대에 기업의 은행 대출은 늘었지만 여전히 투자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15년 3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은행 기업대출은 전월에 이어 3조1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은 전달 대비 2조9000억원 감소했다. 3월은 기업의 1분기말 시점으로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대출을 일시적으로 상환하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 대출이 감소한 이유로 중소기업기본법에 의거해 일부 기업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분류가 변경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윤대혁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3분기 말 기업의 부채비율 관리 관행과 일부 은행의 기업구분 변경 등으로 인해 대기업의 은행 대출은 소폭 감소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은 3월 6조1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법인세 납부 수요와 기술신용 대출 확대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기업분류변경으로 일부 기업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재분류돼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한 특수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윤대혁 과장은 “중소기업 재분류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은 4조3000억원 증가한 것”이라며 “분기말 법인세를 납부해야하기 때문에 일부 은행 대출이 증가한 요인과 기술신용 대출 확대가 중소기업 은행대출 확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의 은행 대출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투자심리는 살아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나 사상 최저로 낮아져 투자비용은 감소했으나 경기 회복세가 미진해 투자로 이어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한건 기업들에게 저금리로 돈을 빌려 투자를 활성화하라는 사인을 준 것이지만 여전히 기업들이 수익성이 불확실하니 쉽게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투자가 선행돼야 고용창출 등 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가 떨어지면 투자가 늘어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못한 ‘유동성함정’에 빠진 상황”이라며 “현재 미국도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하고 저엔화 등 국내외 경제지표들이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기업은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상반된 목소리가 이어졌다. 저금리로 투자 환경이 다소 개선됐다는 의견과 여전히 경기 불확실성으로 시황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전자부품 소재를 수출하는 중소기업 대표는 “확실히 설비 투자 쪽에는 금리 인하가 도움이 된다”며 “올해 20억원가량 신규 설비 투자로 사업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자재 비용 등 제품 양산에 필요한 자금 조달 부담도 줄어들어 수출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수출 제조업 현장에 체감되는 효과는 작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금리를 낮추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은행이 보수적인 대출 행태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자금이 유통되도록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자부품 중소기업 대표는 “아무리 금리 인하가 이뤄져도 자금조달이 필요한 기업에 제대로 자금이 융통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며 “은행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 인하로 무작정 투자가 늘고 고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라고 토로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