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전 세계의 지식과 정보가 넘치는 지식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의 지력 향상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검색엔진을 쓴 사람은 자신의 지력 능력을 과다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이 같은 결과는 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인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발표한 것. 이번 연구는 피험자 그룹을 검색엔진 사용 그룹과 사용하지 않는 그룹으로 나눠 각각 지식에 대한 자신감 정도를 측정, 인터넷에 의한 영향력을 조사한 것이다.
인터넷이 가져다주는 지식의 힘은 집단 지성이라고 말한다. 사람 하나가 가질 수 없는 방대한 지식을 마치 인터넷을 통해 집단에 하나의 지성과 정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힘을 품고 있는 것. TMS(Transactive memory system), 그러니까 분산 기억 체계에 따라 필요한 정보에 효율적으로 접근 가능하게 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물론 인터넷 세계에서 TMS에 큰 역할을 하는 건 구글과 빙 같은 검색엔진이다. 검색엔진은 키워드를 넣기만 하면 전 세계 어디서나 필요로 하는 지식을 알려줘 곧바로 입수할 수 있게 해주는 집단지성과 TMS의 궁극적인 형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팀은 검색엔진이 사람들의 지력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사했다. 피험자에게 너무 많은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주제에 대해 설명할 걸 요구하는 실험을 했다. 피험자는 앞서 설명했듯 검색엔진 사용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서 각각 자신의 설명에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 검증한 것이다.
피험자 131명을 대상으로 한 첫 질문은 왜 지구에 시차가 존재하는지 묻는 질문을 한 뒤 설명을 요구한 것. 두 그룹에게 대답을 요구한 결과 예상대로 검색엔진을 사용한 그룹 쪽이 더 높은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단계로 양쪽 그룹 모두에 검색엔진 사용을 금지하고 자신감을 평가했다. 결과는 1단계에서 검색엔진을 사용했던 그룹 쪽이 자신의 답변에 더 높은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판명됐다. 2단계에서 조건을 똑같이 했음에도 명확하게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건 흥미로운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런 경향을 검증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실시했다. 280명이 참여한 실험에선 이전과 마찬가지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 실험 전에는 자신의 설명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지 미리 평가를 하고 검색엔진 사용 실험 전후에 자신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측정했다.
결과는 실험 전에는 양쪽 그룹 모두 비슷한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실험 후에는 역시 검색엔진을 사용한 그룹 쪽의 자신감이 현저하게 향상됐다.
연구팀은 또 검색엔진을 사용한 그룹에 대해 검색한 특정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도록 하고 검색엔진을 사용하지 않은 그룹에 대해서도 같은 사이트를 알려줘 정보를 보도록 했지만 이 경우에도 검색을 한 그룹이 더 높은 자신감을 나타내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검색이라는 행위 자체가 자신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게 부각된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검색엔진을 사용한다는 게 그 사람이 가진 능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건 아닐 것으로 보고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인터넷에서 거의 얻을 수 없는 질문을 하고 결과를 양쪽 그룹에 물었다. 결과는 양쪽 그룹 모두 거의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인터넷에 액세스했다고 해서 자신감을 얻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얻은 한정된 정보에 대해 자신감을 얻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또 검색 결과 자체를 제한, 검색 결과에 쓸모없는 정보만 표시한 상태에서 양자의 차이를 검증한 결과 검색을 한 그룹은 높은 자신감을 보이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종합,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검색할 때 검색 내용 여하에 관계없이 검색을 하는 행위 자체에 의해 지식을 넓혔다는 일종의 환상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또 이번에 발견된 경향은 인터넷 뿐 아니라 도서관처럼 많은 정보가 모이는 상황에선 동일하게 보여진다. 연구팀은 다만 정보 접근성이 높은 인터넷에서 현저하게 더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