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인증 해소 등 규제 정비…'경제 대못' 뽑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첫 규제개혁장관회의와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여섯 시간이 넘는 ‘끝장토론’ 속에 규제에 관한 다양한 지적과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이후 정부는 경제 관련 규제 10% 감축이라는 목표 아래 1년간 강도 높은 규제개혁 작업을 진행했다. 기업 경영과 밀접한 산업·에너지 분야에서도 활발한 규제개선 노력이 이어졌다. 인증, 산업입지,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등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 일부는 법률 개정 단계에서 지연돼 대기 중이다. 정부가 규제혁파를 선언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산업·에너지 분야 규제개혁 상황을 점검한다.

중복 인증 해소 등 규제 정비…'경제 대못' 뽑다!

산업·에너지 소관 부처 산업통상자원부 등록규제는 첫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열렸던 지난해 3월 총 1163건이었다. 1년 사이 108건이 폐지되거나 정비돼 올해 3월 말 현재 등록규제는 1055건이다. 이 가운데 경제 규제는 지난해 940건에서 올해 832건으로 15% 줄었다. 수치상으로는 경제 규제 10% 감축이라는 정부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규제감축 규모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았다는 평이다. 지난 1년간 산업·에너지 규제개혁 주요 사례로는 △중복인증 해소 △산업입지 규제 개선 △경제자유구역 규제 개선 △외국인투자 규제 개선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규제 개선 등이 꼽힌다.

중복인증은 국내 기업이 꾸준히 개선을 요구한 대표적인 규제 애로 중 하나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기술혁신과 산업진흥 수단으로 다양한 인증제도를 도입했다. 법정 인증제도는 지난 2000년 72개에서 2010년 155개, 2014년 209개로 늘어났다.

취지는 좋았지만 전 부처가 앞다퉈 신규 인증을 도입하거나 기존 인증을 강화하다 보니 역효과가 발생했다. 당초 목적과 달리 중복인증 문제가 발생하고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져 기업에 부담을 안겼다.

산업부는 의무인증 14개, 임의인증 20개 등 총 34개 인증제도를 운영했다. 정부 규제개혁 작업이 시작되면서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전면 재정비에 나섰다. 중복된 인증을 폐지·통합하거나 민간에 이양했다.

전력신기술지정제도, 이러닝품질인증, 신재생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를 폐지했다. 서비스품질우수기업, 신뢰성인증, 환경경영체제 등은 민간으로 전환했다.

부처 간 중복시험 문제 개선도 추진했다. 4개 부처에서 발굴된 108개 품목 중복시험 간 상호인정과 향후 중복 방지를 위한 법 개정을 진행 중이다. 인증제도 정비로 6000여개 기업이 연간 84억원에 이르는 인증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입지와 경제자유구역 관련 규제개선도 성과가 있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산업단지 업종·용도·행위 제한이 완화됐다. 입주가능 업종이 13개에서 20개로 늘어났다. 복합구역 도입으로 ‘제조+서비스업’ 형태 융합 비즈니스모델 구현이 가능해졌다. 산업연구원은 추가고용 1만8000명, 생산 3조원 유발 효과를 예상했다.

경제자유구역은 개발계획 변경 승인 과정이 기존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됐다. 일부 중요 사항 변경 때만 산업부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나머지 승인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위임됐다. 개발사업 시행자의 개발이익 10%를 재투자해야 한다는 규정을 없애 사업자 부담을 낮췄다.

외국인투자지역 입주 기업에 주어졌던 과도한 투자 부담도 덜었다. 외투 유치 의무가 기존 외투지역 부지가액 두 배 이상에서 줄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을 앞당기는 규제개선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종전에는 석유정제업 등록 시 수급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일정 수준 저장시설 보유의무가 부과됐다. 정제업자 외에는 원칙적으로 혼합(블렌딩) 행위가 금지됐다. 이는 신규 사업자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산업부는 최근 석유 수급 환경 변화를 고려해 저장시설 등록 요건을 완화했다. 내수판매량 60일분과 생산계획량 45일분 중 더 많은 양의 저장시설로 규정했던 것을 내수판매 계획량 기준 40일분으로 줄였다. 블렌딩과 품질보정행위 등 모든 부가가치 활용을 전면 허용했다.

이에 따라 저장시설 등록요건 완화로 생긴 여유시설을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을 위한 상업용 저장시설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부가가치 활동 범위가 넓어져 더 많은 석유 트레이더 유치 기회가 열렸다.

이재식 산업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은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 국내 기업과 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주력했다”며 “앞으로도 규제개혁 작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