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자원개발 국정조사를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자원개발이 범국가적 어젠다로 부상했던 당시 ‘단기 성과’에 치중해 사업 확보에만 집착한 지난 정권의 조급함도, 이런 정치권력의 성급한 드라이브에 순종해야 했던 공기업의 무기력함이 민낯처럼 드러나 자원개발 종사자로서 매우 안타깝다. 하지만 국제자원 전쟁은 여전하다. 자원산업 본래 특성이나 자원거래시장에서 한국 위상과 한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 없이 반쪽짜리 진단으로 국조가 끝나지 않을까 우려 또한 크다. 여야 간 정쟁 도구로 쓰이다 자원산업을 위축시키고 우리나라 자원 기업의 대외 이미지에 상처만 남기지 않을지 걱정이다.
자원개발사업은 세계적 투자기관들과 기업이 참여하는 최고 투자 사업이다. 양질의 사업을 알아보는 눈, 순발력 있는 발과 자금이 있어야 한다. 설령 이런 능력이 있어도 이른바 알짜 사업은 슈퍼메이저를 중심으로 폐쇄적인 ‘클럽딜’로만 이뤄지는 때가 많다. 상대방과 꾸준한 신뢰관계 구축이 성공을 위해 필수인 ‘?시’ 비즈니스다. 한마디로 기술과 정치, 자본이 결합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 지형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최근 초저유가 전쟁은 언뜻 중동 전통석유와 북미 셰일석유 간 생존 경쟁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중동 석유와 서방메이저는 대적 관계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셰일가스 붐을 타고 급성장한 신흥 독립계 석유회사를 견제하고, 셰일석유까지 아우르는 신석유 수출국 질서를 구축하려는 석유자본시장 빅 브러더들의 치밀한 기획 작품이라는 의심도 나온다.
사실이 무엇이든 이 전쟁이 끝나면 살아남은 세력은 독점체제를 더욱 공고히하고 그간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유가를 끌어올릴 것이다. 공급 면에서도 이미 현장 투입 시추기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저유가로 인한 탐사활동 위축으로 신규매장량 확보율이 최근 10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유력 전문기관은 올 하반기부터 공급과잉 추세가 주춤하다가 내년 3분기부터 전 세계가 석유 공급부족 상황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대세 상승은 시간문제다. 달리 말하면 지금 이 시기는 갑론을박으로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저가 매입 호기다.
현재 유전개발 회사들은 초저유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용절감과 생산효율 향상에 사활을 걸었다.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을 이용한 현장 자동화, 첨단 시추 및 생산 장비 개발, 각종 오염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친환경 관리 등 가히 산업 혁명에 버금가는 기술 혁명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한국 플랜트, 철강, 정보통신 분야 기업의 신산업 진출 기회가 된다.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똑똑한 것보다 더 쓸모 있다고 한다. 국조 과정에서 의원들은 자원산업 특수성과 기회를 인식하고 지금까지 무엇이 문제였고 우리의 한계였는지도 깨닫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이를 통해 셰일가스 산업혁명기에 단순 투자에서 융합자원사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출발점이 되는 발전적 구조가 잡히길 기대한다. 또 공기업 투자 자율성과 객관성 제고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나 양질의 딜 소싱과 성공적 관리를 위한 자원개발서비스 양성, 공기업 자원개발 사업을 정보통신, 플랜트, 환경, 철강, 보험 등 유관 유망산업의 융합 진출 교두보로 삼기 위한 전략 수립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박희원 에너지홀딩스그룹 대표(한국자원개발서비스협회장) phw0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