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이 불과 12g인 블랙폴 워블러(Blackpoll Warbler)가 대서양을 건넌다? 미국 환경보호단체인 VCE(The Vermont Center for Ecostudies)가 GLS(light Level Geolocator)라는 장치를 이용해 이런 블랙폴 워블러를 관측했다. 빛의 밝기와 시간만 기록, GPS보다 가볍고 작은 동물에도 설치할 수 있어 블랙폴 워블러의 이동경로를 해명하는 데 쓰인 것.

그동안 조류의 비행경로 추적에는 GPS가 쓰여 왔지만 부피가 무거운 탓에 갈매기처럼 비교적 대형 조류에만 장착 가능했다. 하지만 GLS는 GPS와 달리 조금씩 빛과 시간을 기록, 일조량과 지역 차이 등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하는 기기다. GLS는 1990년대부터 사용됐지만 센서나 배터리 등 기술 발전에 힘입어 더 소형화가 진행됐다. 이번 연구에 쓰인 건 0.5g에 불과한 초경량이다.
VCE 측이 회수한 GLS 기록을 분석하면 무게가 12g에 불과한 블랙폴 워블러는 버몬트주와 캐나다 동부 노바스코샤주에서 대서양으로 나와 그대로 남쪽으로 2,600km를 휴식 없이 비행해 카리브해에 위치한 히스파니올라섬에 도달했다. 논문에 참여한 VCE의 크리스 리머(Chris Rimmer)는 이 결과에 대해 조류 중 가장 긴 연속 비행을 한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논문에 따르면 블랙폴 워블러는 히스파니올라섬에서 며칠 동안 머물면서 식량을 공급받은 뒤 다시 날아올라 더 남쪽 적도에 가까운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에서 겨울을 보낸다. 블랙폴 워블러는 예전에 몇 차례에 걸쳐 개체수 감소를 기록한 바 있는데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논문에선 바다를 건너는 습성이 이런 개체수 감소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비행경로 해명이 종족 보존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블랙폴 워블러는 봄이 될 무렵에는 다시 북미로 돌아온다. 이 때에는 서쪽 방면 루트를 따라 쿠바에서 플로리다로 이동한 다음 5월 버몬트주나 노바스코샤주로 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