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하 30㎞ 이내 지각(crust) 층에서 지진파의 전파방향이나 속도가 변하는 이유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정해명 교수팀은 10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에서 지하 수십 ㎞에서 각섬석이 온도·응력 조건에 따라 3가지 방향성을 띠게 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각섬석은 지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각섬암 구성 광물로 이 실험 결과는 3가지 방향성을 가진 각섬석 배열이 지각에서 지진파의 진행방향과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임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지구 내부로 들어갈수록 압력과 온도가 높아져서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지진파가 통과하는 층의 구성물질에 따라 전파방향과 속도가 달라지는 지진파의 이방성(anisotropy)을 이용해 지구 내부 구조를 밝히는 연구를 해왔다.
그동안 관측에서는 지각 중·하부에 각섬암이 상당량이 존재할 수 있고 이 암석내부의 각섬석이 탄성적으로 매우 비균질한 것으로 보고됐다.
지진파가 지각·맨틀 경계면이나 핵 등을 통과할 때 속도나 방향이 크게 변하는 것은 잘 알려졌으나 지각에서 지진파의 이방성이 나타나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미국, 호주, 독일, 중국, 티베트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지각 중·하부와 미국, 일본, 뉴질랜드, 알래스카, 페루, 이탈리아 등 해양판이 대륙판과 충돌해 땅속으로 들어가는 섭입대에서 지진파의 이방성이 관측됐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1GPa(1만 기압), 480∼700℃에서 각섬석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각섬석이 온도와 압력에 따라 3개의 선호 방향을 가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또 이렇게 생성된 3가지의 각섬석 선호 방향이 지진파의 이방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지각에서 지진파의 이방성이 관측됐으나 그 원인은 명확하지 않았다"며 "이 연구 결과는 그 원인이 각섬석의 선호방향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지각 내부구조 이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섭입대에서 나타나는 이례적인 지진파의 이방성도 각섬석의 선호 방향이 원인일 수 있음이 밝혀졌다"며 "이 연구 결과는 앞으로 지진학·구조지질학·지구내부 동력학 연구 분야에서 지체구조 연구 및 해석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