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를 하다보면 본래 목적한 것 이외 부산물을 자주 얻게 됩니다. 이걸 버리지 말고 잘 챙겨보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송재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재게놈측정센터 책임연구원이 후배 과학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얘기다. 실제로 송 책임은 2년 전 전기도금으로 나노소재를 코팅하다 새로운 형태 나노소재를 발견했다. 이 나노소재를 발전시켜 무주형(거푸집이 필요없는) 나노소재 전기도금 공정을 개발하고 특허까지 등록했다. 상용화까지 기대하고 있다.
송 책임은 “번개가 피뢰침에 몰리는 효과를 이용해 공정을 개발했다”며 “전기도금법은 도금용액이 오염을 일으키지만 무주형법은 극미량만 원료를 쓰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생산비용도 싸다”고 말했다.
송 책임은 박사학위 받을 때만 해도 전기재료 전문이었다. 전기재료를 응용해 적용범위를 넓히다 보니, 나노분야 전문가로 거듭나게 됐다. 본래 나노소재평가센터에서 연구를 해왔는데 최근 조직이 소재게놈측정센터로 바뀌었다.
송 책임이 지난 2006년 이후 낸 특허나 논문 40여건을 들여다봐도 온통 나노구조물, 나노 열전물성, 나노구조체, 나노선 등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말 표준연에서 받은 ‘KRISS인상’도 국내 최초로 제백계수, 전기전도도, 열전도도를 동시 측정할 수 있는 마이크로 플랫폼을 설계한 공로로 받았다. 이 기술로 송 책임은 직경 100㎚ 이하 비스무스-텔레늄(Bi-Te)계 나노선 열전에너지 변환효율 측정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현재 미국과 유럽 몇 개국만 보유했다.
최근 송 책임은 서울대 및 KAIST 교수진, 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참여하는 출연연 융합프로젝트로 신용카드보다 얇은 플렉시블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해 관심을 끌었다. 이 배터리는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
송 책임은 “카드만큼 얇다보니 반도체나 배터리 등을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며 “시제품이 2~3년이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말 과제는 끝나지만 워낙 기술이 탁월하다보니 터치스크린과 이동통신 관련제품을 생산하는 삼성 2차밴드 기업이 관심을 갖고 현재 펀딩을 추진 중이다.
송 책임은 서울대 금속공학과 89학번이다. 석사도 서울대서 땄다.
“석사를 5년간 했습니다. 3년은 당당히 육군 현역으로 복무한 기간입니다. 병역특례도 할 수 있었지만 당당히 병역의무를 다하고 싶었습니다.”
박사학위는 2003년 KAIST서 ‘전기재료 전공’으로 받았다. 이듬해 1년간 박사후과정으로 네덜란드 금속연구소를 다녀왔다. 이곳에서는 소재보호 코팅막 신뢰성 향상 연구를 진행했다.
2005년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2009년부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나노계측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