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강국 R&D리더 KERI 5대 성과] <1>765㎸ 초고압 전력 설비 국산화

전기를 생산해 보내고 저장하며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전력 기술과 산업은 에너지산업 육성과 발전의 토대다. 세계는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동시에 에너지 이용 효율화를 위한 전력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우리나라 전기에너지와 전력분야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국책 연구기관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이 거둔 5대 대형 연구성과를 통해 전력산업 중요성과 우리나라 전력기술의 높아진 위상을 조명한다.

KERI가 개발 상용화한 ‘765kV 초고압 송전 기술과 설비`는 현재 국내 전력수송의 고속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
KERI가 개발 상용화한 ‘765kV 초고압 송전 기술과 설비`는 현재 국내 전력수송의 고속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우리나라 전력계통 규모는 1억㎾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는 대도시와 산업단지에서, 전력 생산은 산재된 대단위 발전소에서 이뤄지는 구조다.

급격한 전력수요의 증가와 이에 따른 안정적 전력 공급, 수요 지역 간 전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고압 장거리 송전의 필요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초고압 대용량 전력 설비는 이처럼 한정된 국토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해 전력공급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이자 장비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한국전력과 공동으로 1986년부터 2001년까지 15년간 ‘765㎸ 전력설비 국산화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에서 KERI는 765㎸ 수직배열 3상 2회선 송전선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상용화해 한국형 초고압 송전계통의 새 지평을 열었다. 관련 친환경 설계 및 평가기술 개발까지 5개 분야에서 22개 특허도 등록했다.

전력분야 산학연 관계자는 이를 두고 초고압 송전기술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 전력 선진국의 기술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KERI의 765㎸급 초고압 송전 기술은 송전탑 등 설치 면적 대비 장거리·대용량 전력 전송(기존 345㎸ 대비 5배)이 가능하다. 송전 손실(345㎸ 대비 20%)도 적어 발전단지에서 멀리 떨어진 수요처로 대용량의 전력을 보내는데 유리하다. 송전탑과 변전소 부지 면적은 345㎸ 대비 각각 3분의 1과 2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KERI는 765㎸ 초고압 송전 설비에 자체 개발한 ‘수직배열 3상 2회선 송전’ 기술을 적용했다. 세계 최초로 시도한 새로운 배열의 송전 방식은 기존 수평 배열의 1회선보다 갑절 수송 능력을 나타낸다.

KERI는 이와 함께 2회선 송전에 따른 거리별 전기자기장해, 송전탑 높이에 따른 한국형 전자기장해 측정법과 예측방법 등을 정립했고, 이는 지난 2010년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765㎸급 초고압 송전 기술과 설비 국산화는 31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또 연 200억원의 사회적 환경비용 절감 등 약 1조3000억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광호 KERI 차세대전력망연구본부 전기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765㎸ 초고압 전력설비 국산화는 우리나라가 송·변전 분야의 강국으로 진입했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성과”라며 “급격한 전력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안정적 전력공급, 수요 지역 간 전력수급의 불균형 해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