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이후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실물지표가 완만하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경기 회복 추세를 낙관했다. 그러면서 “지표상 미약하게 보이는 것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초반 실적이 반영된 ‘시차로 인한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8일에도 “우리 경제는 산업생산 등 주요 지표가 반등하고 있다”며 경기 회복 흐름 재개를 자신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부 평가는 비교적 조심스러웠다. 지난달 30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 부총리는 “경기 회복 불씨를 계속 살려가고 있지만 소비 등 실물경제 개선세가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3월 초에는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우려를 인정하는 등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 인식 변화 근거를 주식, 산업생산, 부동산, 고용부문 개선에서 찾을 수 있다.
2월 취업자는 2519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만6000명 증가했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만9000명 늘어난 443만3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시기였던 1997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2월 산업생산도 전월보다 2.5% 증가해 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시장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월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11만1869건으로 이는 지난 2006년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다.
저금리 영향으로 돈이 주식에 쏠리며 코스피는 장중 2100선을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2200선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지며 개인 투자자가 주식에 눈을 돌리고 있고 세계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 완화, 기준금리 인하가 추진되며 여유자금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평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2월 산업생산은 1월 감소세(-2.0%)로 인한 기저효과와 설 명절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분석이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도 고급 일자리 증가보다는 고령 근로자 재취업, 비정규직·외국인 근로자 증가 등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정부와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어 경기 회복은 아직 낙관할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KDI는 최근 경제동향 자료에서 “최근 일부 지표가 완만한 경기개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경제 성장세는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정부보다 보수적인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