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만으론 한계… 팹리스 `턴키` 신사업 도전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칩 모듈과 세트를 ‘턴키’로 공급하는 신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하드웨어 기기 경쟁이 심해져 세트 기업 수익성이 나빠진 탓도 있지만 반도체 설계만으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만들기 힘든 영향이 크다.

반도체 설계만으론 한계… 팹리스 `턴키` 신사업 도전

코아로직(대표 김한기)은 차량 블랙박스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공급했으나 최근 칩 모듈과 블랙박스 세트까지 턴키로 공급하며 영역을 확대했다. 블랙박스용 칩을 공급하는 중국 기업이 공격적으로 가격 하락 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2013년 매출 300억원에 영업 손실 137억원을 기록해 위기를 맞았다. 골프스윙분석기와 아이패드 에어 전용 플립커버 일체형 블루투스 키보드 등 스마트입력장치(SID)로 신사업을 전개해 2014년 매출 313억원, 영업 손실 55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였다.

새롭게 추진하는 블랙박스 턴키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내걸지 않고 칩부터 모듈, 완제품까지 OEM으로 공급하면 전체 개발 기간을 줄일 수 있어 블랙박스 제조사가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 회사는 HD급뿐만 아니라 풀HD급용 제품을 준비하고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영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롭게 와이파이 기반 네트워크 카메라 솔루션 시장도 진출했다. 칩 개발은 물론이고 완제품까지 턴키로 제공한다. 네트워크 카메라를 스마트폰 등과 연결해 사용하는 시장이 커지고 있어 새로운 매출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엠텍비젼(대표 이성민)도 칩 설계는 물론이고 모듈과 완성 세트 제품까지 토털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차량용 블랙박스와 인식 카메라를 중심으로 전개 중이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뒤 사업을 안정화하고 다시 성장하기 위한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토털 솔루션 사업과 새롭게 시작한 비접촉식 근거리무선통신(NFC) 칩 개발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코아리버(대표 배종홍)는 일찌감치 LED 스탠드 완제품 사업에 진출해 기반을 닦았다. LED 구동칩과 터치센서를 개발·공급했으나 자체 브랜드 ‘코아리버’를 내건 스탠드 완제품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해 대형 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며 유통 시장에 직접 진출했고 목표 이상 판매 성과도 거뒀다. 저가 중국산 LED 스탠드에 맞서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로 기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설계 기업이 턴키로 제품을 공급하면 전체 세트 제조비용을 줄일 수 있어 칩 기업과 세트 기업 모두 효율적”이라며 “새로운 반도체 아이템을 찾고 실제 양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턴키 사업이 팹리스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