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이상은 소프트웨어공학센터장

“소프트웨어(SW)도 마치 미술작품과 같습니다. 아무 그림이라고 해서 고가에 팔리지는 않습니다. 그만큼의 노력과 노하우, 그리고 기술이 잘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죠.”

이상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공학센터장
이상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공학센터장

이상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소프트웨어공학센터장이 최근 고민하는 것은 두 가지다. 우리가 개발한 SW를 해외시장에 더 많이 공급하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국내 시장에서 먼저 개발업체가 적정한 대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가 주창하는 ‘SW중심사회’를 현실에 접목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두 가지를 얻기 위한 다양한 제도·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확정단계가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시장에서 변화를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SW 해외진출은 단연 화두다. SW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 또 살아남기 위한 필수요소다. 하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의 역량은 아직 약하다고 이 센터장은 평가한다.

“한마디로 품질이 많이 떨어집니다. 수치로 표현하면 결함은 네 배 정도 많고 생산성은 30% 정도 떨어집니다. 이런 제품은 팔기 어려울 뿐더러 팔아도 남는 게 없습니다.”

글로벌 기준을 도외시한 개발관행이 한몫한다. 국내 시스템통합(SI) 사업에서 결함은 대수롭지 않다. 가서 고쳐주면 그만이다. 해외는 얘기가 다르다.

“우선 탄탄한 테스트 과정을 통과하기 어렵죠. 제품 자체만 보는 게 아니라 장기거래를 위해 개발 과정도 들여다봅니다. 이를 통과해 공급했더라도 결함이 생기면 문제는 심각합니다. 수정에 따르는 시간비용을 생각해 보세요.”

금융이나 통신 같은 해외 주요 시스템에 공급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 있다.

결국 고객에게서 발생하는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는 개발과정이 완벽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최근 일본과 미국 시장에 진출한 SW업체의 핵심 역량도 바로 여기 있다는 게 이 센터장의 생각이다.

내수시장은 발주자 발주관리 능력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7000여개 SW업체 가운데 해외진출 능력이 있는 업체는 소수입니다. 나머지 상당수는 사실상 내수시장 생존이 다급합니다. 이는 SW 제값주기라는 공식으로 풀어야 하는데 발주자의 발주능력이 관건입니다.”

이미 관련 제도정비는 상당수준이다. 제안서 보상과 유지보수요율 등 제반 제도는 꾸준히 정비됐다. 그럼에도 발주능력은 동반되지 않았다. 발주능력이 떨어져 공공시장에서 이를 적용한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

“제값주기는 애초 계약대로 하자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수행 도중 변경이 많이 발생합니다. 제안서를 비롯해 전체 사업관리가 허술한 발주 측 책임이 있습니다. 법적 장치를 아무리 잘 갖춰도 현장에서 못 쓰면 무용지물입니다.”

그는 제3자가 이를 지적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고민한다. 전문가가 나서 제안서 잘 쓰고 변경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조언하는 방식이다. 조만간 미래부와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 제시할 계획이다.

“SW개발 역시 구조적이고 공학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개발 아이디어는 창의적일 수 있지만 개발 행위는 엔지니어링스러워야 한다는 것이죠. 토목·건축공학이 탄탄한 구조적 느낌을 주듯이 SW개발도 이제 공학 눈높이로 봐야 할 때입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