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후 1년이 지났지만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재난관리 대책은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부족과 정부 인식부족이다.
1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능형 해양수산재난정보체계,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국가재난관리시스템 통합, 함몰 구멍(싱크홀) 예방 지하공간통합지도 등 구축 사업이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가동한 안전신문고시스템도 짧은 기간 내 구축해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범정부 사업으로 발주된 지능형 해양수산재난정보체계 정보화전략계획(ISP)은 당초 지난해 4월 발주됐던 사업이다. 사업자조차 선정하지 못한 채 중단됐다. 2억8600만원을 편성, 적정가의 20%에 불과한 대표적 저가사업으로 지목됐다. 해당 사업은 제안업체가 없어 유찰된 후 사업추진이 무산됐다. 올해 사업은 6억3000만원으로 작년보다 예산은 늘었지만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 영역이 추가됐다.
사업추진도 더디다. 지난 4월 사업 중단 후 1년이 지나 재추진됐다. 세월호 참사 후 재난관리 대책 추진이 시급한 점을 감안하면 늦은 조치다. 범정부 전자정부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전자정부 사업 중 비교적 발주가 빨리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난관리 대책 마련 시급성보다는 내부 절차를 중시한다.
12년간 표류하던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 추진이 세월호 참사 이후 마침내 추진됐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는다. ISP 수립을 완료하고도 경제성(예산) 문제에 휘말려 시범사업 발주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술방식을 롱텀에벌루션(LTE)으로 결정한 후 국제표준 논란도 일었다. 사업기간 준수와 기존망 활용, 음영지역 해소 등 해결 과제도 여럿 남았다.
국민안전처가 소방·해경 등 내부 재난관리시스템을 통합하려는 사업도 고민 없이 추진돼 발주조차 못하고 있다.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소방과 해경 재난관리 프로세스를 통합하려는 고민 없이 시스템만 통합하려 한다”며 “데이터는 주고받을 수 있지만, 데이터 기반으로 재난관리 업무는 처리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기존 업무 관행을 버리지 않으려는 인식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싱크홀 예방대책으로 추진되는 지하공간통합지도 구축 사업도 정부가 발표한 2017년까지 완료하기가 쉽지 않다. 현실적 실행계획 없이 여론 눈치 보기 식으로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공간정보 전문가는 “공간정보 개념이 있기 전에 설치한 지하철 등 지하시설물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지하공간통합지도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 실시하는 측량도 지하시설물이 대부분 벽으로 막혀 있어 쉽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청회를 거쳐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전국적으로는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향후 일정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가동한 안전신문고도 통상 설계 3개월, 구축 3개월 등 6개월이 필요하지만 2개월 만에 완료했다. 공공기관 컨설팅업체 대표는 “무리해서라도 구축하면 하겠지만 지나치게 짧은 기간이어서 향후 시스템 확장 등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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