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료 임치제도는 중소기업 핵심 기술을 내부인 유출이나 대기업 탈취로부터 보호해주는 ‘백업 드라이브’와 같습니다. 해당 기업이 파산해도 기술은 살릴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4시 서울 구로구 대·중소기업협력재단 건물 7층에서 만난 형준호 기술협력본부 부장은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이 같이 요약했다. 안내에 따라 8석 규모 회의실 한쪽 벽 문을 따라 들어가자 ‘중소기업 기술임치 금고’가 나왔다.
생체 인식을 포함한 3중 보안 장치를 풀자 두꺼운 철제 금고 문이 열렸다. 금고에서는 외부와 다른 독특한 향이 났다. 형 부장은 “항온, 항습, 화재감지 및 환경정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고는 건물 구조와 완전히 독립돼 있었다. 이중 철제 외벽으로 제작해 외부 공기나 화기가 들어올 수 없다.
금고의 대형 철제 서랍장에 빼곡히 들어있는 기술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건물 하중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세 군데로 나누어 보관한다. 임치된 중소기업 핵심 기술은 1만6000여건에 달한다. 한 개 금고에 보관된 중소기업 기술은 약 8000건가량이다.
형 부장은 “보관된 기술의 내용은 열람 신청이 있기 전까지 우리도 모른다”며 “기술의 사본들은 경기도 안산에 소재한 지하 저장금고에 동일하게 보관해 전쟁, 홍수 같은 재난이 닥쳐도 중소기업 기술이 소실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에 따르면 중소기업 85%가 내부직원 기술 유출, 소위 ‘산업 스파이’에 따른 피해를 경험했다. 또 대기업이 협력사인 중소기업에 기술자료 제출을 요구, 사실상 기술을 빼앗아가는 탈취 경험도 22%로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08년 시작돼 운영 7년째를 맞은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중소기업의 이 같은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우산 같은 제도다.
중소기업 생산·제조법이나 설계도, 물질 배합비율, SW소스코드 등 기술자료를 맡기면 임치 시점에 해당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 특허의 경우 출원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고 천문학적인 유지 비용을 감수해야 하지만 기술임치 제도는 적은 비용으로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첫 1년 임치에 드는 비용은 건당 30만원선이며 1년씩 연장이 가능하다.
또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도 협력 중소기업이 파산할 경우 임치기술을 활용해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할 수 있어 투명한 기술거래와 상생을 돕는다는 설명이다.
<기술자료 임치제도 운영현황 (자료: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