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이 ‘가족’과 ‘개인’ 두 가지 키워드로 분화하고 있다. 차별화를 원하는 고객 수요, ‘화려한 싱글’을 선호하는 고객층 증가로 개성이 강조된 스포츠카, 쿠페 차종 출시가 봇물을 이룬다. 반면에 중산층 수요를 업고 성장한 SUV 등 레저용차(RV) 시장은 가족친화적 성격이 더 강해지는 추세다. 양극화된 사회 풍토가 자동차 시장에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포드코리아는 지난달 총 924대 신차 등록을 기록하며 월 판매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회사가 가장 괄목할 성과로 평가하는 것은 지난 1월 출시한 6세대 머스탱의 선전이다. 지난해까지 월 10~20대 판매에 그쳤지만 지난달 127대가 판매됐다. 1분기 누적 판매량은 225대다. 세대 교체에 따른 신차 효과뿐만 아니라 스포츠카 저변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머스탱은 3도어 스포츠카로, 그간 국내 수입차 시장 성장을 이끌어온 ‘실용적인 디젤차’와는 거리가 멀다. GT 모델 기준으로 최고 출력은 422마력, 최대 토크는 54.1㎏·m에 이르지만 리터당 복합연비는 10㎞를 갓 넘는다. 쿠페 모델도 네 명이 타기에는 버겁다. 가격은 고급 세단 수준인 5000만~6000만원대다.
포드 코리아 관계자는 “자동차 애호가 외에도 일반 소비자의 머스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신차 효과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 관심 확대가 판매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BMW코리아도 지난해부터 4시리즈, 6시리즈 쿠페·그란쿠페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4시리즈와 6시리즈는 1, 3, 5, 7시리즈 같은 홀수 시리즈와 달리 쿠페와 그란쿠페가 주류를 이룬다. 4시리즈는 출시 당시 쿠페로만 출시되기도 했다. 날렵한 디자인과 강력한 주행 성능을 기본으로 갖췄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도 올해 하반기 매력적인 스포츠카를 내놓는다. 서브 브랜드 AMG 두 번째 독자 개발 모델로, 모터스포츠 성능을 결합한 정통 스포츠카다. 3분기 출시를 목표로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국내에 처음 공개했다.
렉서스는 서울모터쇼에서 스포츠 쿠페 ‘RC F’와 ‘RC350 F 스포트’를 국내 출시했다. 300~400마력 이상을 내는 고출력 모델로, 국내 시장에 ‘와쿠도키(두근두근) 드라이빙’을 전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배우 장혁을 홍보대사로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도 예고했다.
2인승에 최적화된 스포츠·쿠페 라인업과 달리 RV 시장은 더 가족친화적으로 변모 중이다. 도요타는 렉서스 RC F 출시와 동시에 ‘프리우스 V’도 내놨다. 실용적 미니밴으로 잘 알려진 프리우스보다 공간이 더 넓어져 대형 SUV와 맞먹는 968ℓ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지난해 소형 SUV 2008로 재미를 본 푸조는 올해 주력 신차로 508 RXH를 내세웠다. 기존 508 SW보다 차폭과 높이가 더 넓고 높아 실용성이 강조됐다. 볼보 코리아 주력 신차도 기존 모델에서 차고를 높인 ‘크로스컨트리’ 시리즈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전무는 “수입차 새로운 고객층인 젊은 고소득층은 가족보다는 개인 생활을 중시하기 때문에 넓고 실용적인 차보다는 개성이 강하고 재미있는 차를 원한다”며 “반면에 가족이 있는 고객은 점점 더 실용성 높은 레저용 차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시장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