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연구원 세미나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가득찬 것은 처음 봅니다.”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방안 세미나’에 수백명이 모인 광경에 놀라며 한 연사가 말했다. 자리가 부족해 스텝은 다른 층에서 의자를 가져오기 바빴다. 서서 듣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행사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축사에 나섰다. 지난 3개월간 인터넷 전문은행 테스크포스(TF)에서 논의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4시간 넘게 이어진 세미나였지만 좀처럼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었다. 임 위원장은 오늘 자리가 ‘정부안’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향후 탄생할 인터넷 전문은행 개념과 가닥을 잡기 위해 많은 사람이 숨죽여 집중했다.
세미나 중간 휴식시간이 두 번 있었지만 손 놓고 쉬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가져온 명함을 꺼내기 바빴다. 금융사는 물론이고 다음카카오를 비롯한 인터넷 업체부터 SI업체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섞여 명함을 나눴다.
가장 열띤 시간은 토론 자리였다. 금융위,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당국과 컨설턴트, 언론계, 금융사,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나온 전문가 패널이 향후 출범할 한국형 인터넷은행 미래를 점쳤다. 은행법을 비롯한 법 체계부터 가장 핵심적인 은산분리, 실명확인, 최소 자본금, 대주주 적격 심사 등이 논의됐다. 또 시장 활성화에 필요한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까지 다양한 주제가 많다보니 쉽사리 결론이 안났다. 각 이해 관계자가 본인 입장을 밝히는 데 만족한 시간이었다.
4시간여에 걸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관련한 세미나 풍경이 바로 한국 핀테크 산업이 닥친 현실을 보여줬다. 수 많은 이해관계자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모였지만 쉽사리 결론이 나거나 다음 단계가 보이지 않았다.
수십억원이 드는 금융 시스템 구축이 힘겨운 핀테크 벤처기업의 서러움, 기존 금융권의 조바심, 대중을 대변하는 언론의 관조 등이 뒤엉켰다.
현장에서 느끼는 인터넷 전문은행 논의는 결코 간단치 않다. 세미나를 지켜본 금융당국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임종룡 위원장 말처럼 “지금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만들 호기”라는 선언에 부응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더 많이 듣고 만나고 부딪혀야 한다. 그것만이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이 성공적인 출범을 앞당기는 열쇠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