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원전 수주전이 다국적 경쟁으로 확전됐다. 지난 2월 러시아가 낙점된 듯 보였으나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집트 당국에 원전 건설제안서를 공식 제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다른 국가도 제안서를 제출할 움직임이어서 최종 수주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20일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집트가 처음으로 건설 계획 중인 알다바 원전에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이집트가 러시아와 양국 대통령 간 양해각서를 교환했을 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수주는 극도로 비관적이었다. 국제 원전시장에서도 러시아 수주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하지만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 이후 우리 정부팀이 이집트를 방문하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우리 정부팀 방문 때 이집트 당국은 원전 건설 제안서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의 양해각서가 실제 원전건설 계약 같은 구속력은 없것으로 확인됐다.
한전·한수원이 후속 수주전에 나섰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처럼 한전·한수원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원전 수주부터 건설까지 총괄책임을 지도록 한 형태다.
이집트 첫 원전으로 제안된 모델은 우리나라 수출형 원전인 APR1400이다. 올 초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사전승인에 이어 본승인을 앞두고 있어 국제 안전규격 원전으로는 정통성을 인정받은 모델이다.
제안 모델 이외 제안서 구체 내용은 외교 관례상 미공개 상태다. 이집트는 역사적 자국 첫 원전 건설을 위해 우리나라와 러시아 이외 국가에도 제안서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산업계에선 6개국 정도를 잠정 경쟁국으로 꼽았다.
경쟁국이 많아지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더 큰 난관은 이집트가 국가 간 계약으로 사업자를 단기간 내 결정해버리는 상황이 우리에겐 최악의 수다. 이집트 내부에서도 원전사업 공기 단축을 위해 국제 공개입찰보다는 국가 간 계약을 활용한 사업진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전·한수원 컨소시엄과 더불어 국가 차원의 치밀한 전략적 후속작업이 계속돼야 한다.
한전 관계자는 “제안서를 낸 것은 맞지만 아직 사업 초기단계로 입찰 방법 등 구체화된 것은 없다”며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대응을 하면서 최종 사업 수주까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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