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사의 표명

이완구 국무총리,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사의 표명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 속에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가 수용되면 사실상 역대 최단명 총리로 기록된다.

이 총리는 중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20일자로 총리직 사임의 뜻을 전달했다. 사표 수리 여부는 대통령이 귀국 후 결정한다. 이 총리 사의 표명으로 21일 열리는 국무회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다.

이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당초 이달 27일까지로 예정된 박 대통령 순방 이후 거취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최근 여론이 악화돼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자진 사퇴론이 불거지자 사의 표명을 결심했다.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20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총리 재임기간은 63일에 그친다. 종전까지 재임기간이 가장 짧았던 허정 전 총리(1960년 6월15일~8월18일)보다 이틀 짧다.

박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 두번째 방문국인 페루에서 이 총리 사의 표명 보고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정치권도 즉각 논평을 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총리의 어려운 결단인 만큼 정치권은 정쟁에서 벗어나 산적해 있는 개혁과 민생경제 입법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며 “사법당국은 성완종 파문 사태에 대해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로 국민들의 남아있는 의혹도 씻어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이제라도 사의를 표명한 것은 더이상의 국정혼란을 막게 됐다는 측면에서 다행이고, 당내 논의를 거쳐야겠지만 해임건의안을 낼 필요는 없어진 것 같다”면서도 “이 총리는 증거인멸 시도 같은 의심받을 행동을 자제하고 당당하게 검찰수사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