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소재부품 강국 기업은 오래전부터 신뢰성 확보에 적극적이다. 정부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챙긴 게 특징이다. 이들 국가는 여전히 신뢰성 확보에 높은 정책적 관심을 보인다.
미국 주요 부처 프로그램에서 ‘신뢰성’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0년대부터 신뢰성을 적용해왔다. 현재 미국 국방부, 항공우주국(NASA), 원자력위원회 등의 계약서에 협력업체가 지켜야 할 신뢰성 프로그램과 조건이 있다. 일례로 NASA와 계약 시에는 ‘NPC250-1’이라는 신뢰성 명세가 포함된다. 특정 개발 자금을 신뢰성 분야에 할당해야 한다. 신뢰성 프로그램 개발과 정기 보고서 제출도 의무화돼 있다.
과학기술·에너지 관련 기관은 연구개발(R&D)사업에 신뢰성을 포함하거나 신뢰성 전문기관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공동연구를 펼친다. 국제전기표준위원회(IEC)는 1965년에 내부장치 및 부품 신뢰성 기술위원회를 설립했다. 민간에서 자발적 신뢰성 확보는 1966년 자동차 리콜제 시행이 계기가 됐다.
유럽은 독일과 프랑스가 신뢰성 확보에 적극적이다. 두 나라는 철도, 군사, 항공 분야에서 신뢰성 연구 및 미국과 기술교류를 펼쳤다. 독일은 1940년대 ‘구조적 내구성 연구소(LBF)’를 설립해 연구에 착수했다. LBF는 ‘구조 내수성&시스템 신뢰성 연구소’로 발전했다. 이 연구소는 독일이 강점을 지닌 자동차를 포함 기계산업 전반의 신뢰성을 연구한다. 이와 별도로 ‘신뢰성&마이크로 집적 연구소’도 존재한다. 전자산업 신뢰성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랑스는 유럽기술전문센터(ETEC) 산하에 20개 전문시험평가센터가 활동한다. 항공과 방위산업 신뢰성 평가를 수행한다. 프랑스철도시설공단(RFF) 프랑스철도공사(SNCF)도 신뢰성 시험을 하고 있는 등 인프라 투자 시 신뢰성을 요구한다. 프랑스는 산업현장에서 실제 적용 중인 신뢰성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도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주축으로 40개국이 참여하는 ‘EUREKA’ 공동연구네트워크도 신뢰성을 중요시한다. 이곳이 지난 25년간 진행한 R&D과제 가운데 28.2%인 1022개가 신뢰성을 고려했다. 최근에는 신뢰성 접목 과제 수가 더욱 늘었다.
일본은 1968년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 중점시책으로 신뢰성 기술개발을 추진했다. 제도는 산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이후 산업 경쟁력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 통상산업성은 국가 육성 산업인 전자부품 분야 신뢰성 향상을 위해 통상산업성 내에 신뢰성기술개발실을 설치했다. 또 신뢰성 기술개발 기획원을 통해 업무를 지원했다. 신뢰성 평가 수행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국제규격 정합성 향상 등을 추진했다. 경제산업성도 2006년 전략적 기반기술 고도화지원사업에서 22개 분야 가운데 12개 분야에 신뢰성, 안전성, 장수명화, 내구성 등의 목표를 설정해 제시했다. 지난 2009년에는 안전사고 가능성이 있는 생활제품에 표준사용기간, 장기간 사용 시 주의사항 등 표시를 의무화했다.
중국도 1980년대부터 신뢰성에 관심을 가졌다. 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 주도로 신뢰성 관련 기초규정과 표준을 제정했다. 2006년부터는 5개년 계획으로 ‘중대공업제품 수명과 신뢰성기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우주항공대학, 하얼빈공업대 등은 신뢰성 관련 연구소를 별도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2012년에는 국무원이 ‘품질 개발 아웃라인’을 발표했다. 중국 산업발전방향에 품질과 신뢰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