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라이드-텔 합병승인 변수로 떠오른 `중국`

세계 반도체 장비시장 1·4위 기업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와 도쿄일렉트론(TEL) 합병 승인이 예상보다 늦어졌다.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주요 의사 결정국 중국이 한층 수위를 높인 조건을 내걸면서 최종 합병 승인까지 한층 험난해진 분위기다.

어플라이드-텔 합병승인 변수로 떠오른 `중국`
어플라이드-텔 합병승인 변수로 떠오른 `중국`

21일 업계에 따르면 3월 중 확정될 예정이었던 어플라이드-텔 합병 승인에 중국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최종 확정이 늦춰졌다. 양사 합병에 추가 조건을 내거는 등 최대한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어 더 강화된 조건을 수용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합병 승인을 심사 중인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대만, 일본 5개국이다. 싱가포르와 독일만 합병을 승인했다.

업계는 해당 기업 본사가 속한 미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합병 승인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장비 시장 1위와 4위 결합인 만큼 반독점 우려가 높아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다. 별도 법인을 신설해 증착 장비사업 부문만 떼어 내는 형태의 조건부 승인이다.

2월과 3월 사이에 국가별로 최종 승인을 내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기류는 다시 뒤숭숭해졌다. 중국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자국 시장에 미칠 우려를 면밀히 살피는 모양새다.

중국은 기존 입장보다 좀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합병을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득인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어플라이드와 텔은 이미 증착장비 사업을 떼어 내는 조건을 수용하기로 잠정 합의했는데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추가 조건이 발생하면 더 감내하기 힘들 수 있다”며 “중국 시장성과 사업 실리를 놓고 갈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합병을 준비하는 어플라이드와 텔의 입장에서는 중국 정부 의견을 무시하기 힘들다. 중국이 D램 개발·생산에 나서면 당장 수혜를 입는 것은 어플라이드, 텔, ASML 같은 세계적 장비 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거대 공룡 기업 탄생을 앞두고 영향력을 최소화하되 전략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게 필요하다. 전략을 마련 중인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최대한 좋은 조건을 끌어내기에 유리한 거대 잠재 시장을 갖고 있는데다 합병 승인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어플라이드와 텔은 합병 승인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합병 법인 이익 극대화가 숙제다. 조건부 승인을 받는다 해도 각국 정부에 양보를 최소화해야 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