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BOE를 둘러싼 각종 투자설이 현실로 밝혀졌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데 이어 세계 최대 유리 기판 크기인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업계 예상을 빗나간 ‘깜짝’ 소식이다.
10.5세대 투자 계획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규모 정부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중국 당국 자금 지원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글로벌 유리 기판 업체와 불화설, 정부 감사설 등이 연이어 나오면서 프로젝트가 좌초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BOE 투자 연기설이 나오자 10세대급 투자를 검토해온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계획을 미루는 등 한숨을 돌렸다. BOE 투자 재개 발표로 국내 업계는 복병을 맞은 셈이다.
BOE 10.5세대 공장은 ‘B9’이다. BOE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증설에 나선다. B10 공장을 8.5세대로 후저우에 또 짓는다. 충칭, 허페이, 베이징에 이어 네 번째 8.5세대 공장이다.
BOE 공격적인 증설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이 보편화돼 있는 LCD 시장에선 같이 생산량을 늘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증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 산업단지가 공장 설립 지역으로 가장 유력하다. 업계는 일정을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는 대규모 투자보다 기존 8세대급에서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까지 10세대 시장에 진출한다면 또 다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국내 업체까지 10세대 시장에 진출하면 일본·대만 디스플레이 업계와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은 앞서 10세대를 운영해 왔던 샤프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라 당분간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BOE를 포함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 생산능력이 3년내 국내 기업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치킨게임’이 우려된다. 공급 과잉인 상황에서 생산량을 경쟁적으로 늘린다면 단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현재로선 기술 격차를 벌리는 게 최선이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다. LCD는 중국과 기술 격차가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BOE는 110인치 초고화질(UHD) LCD TV 패널 생산 기술을 확보했고, 옥사이드 TFT LCD가 적용된 55인치 고부가 패널 생산도 시작했다. 최근에는 8K급 LCD 패널 개발까지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CD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발맞춰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며 “중국 기업이 따라오기 어려운 8K UHD LCD 시장에 집중하거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투자를 늘리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패널 업계에 비상이 걸린 반면에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는 BOE의 10.5세대 투자로 훈풍이 돌고 있다. 수년전부터 BOE와 10.5세대 장비 관련 선투자를 해온 국내 업체가 많아 수혜가 예상된다.
장비 업체 관계자는 “BOE 10.5세대 투자에 이어 여러 업체가 덩달아 10세대급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업체와 장비 설계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