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반부패 캠페인과 지도자의 인기

[ET단상]반부패 캠페인과 지도자의 인기

지난해 7월 방한 기간 중 창덕궁을 찾은 펑리위안 여사는 “딸과 함께 시 주석의 젊은 사진을 보며 드라마 ‘별 그대’의 주인공 도민준과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중국 인터넷에는 시 주석의 젊은 시절 사진과 탤런트 김수현의 다양한 사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내용이 잇달아 올라왔고 그 중 일부 사이트는 둘 중에 누가 더 잘 생겼는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거의 모든 응답자가 ‘당연히 시따따(習大大)가 더 잘 생겼다’고 답했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공식 약칭은 ‘시종(習總)’이지만, 언젠가부터 인터넷에서 시작된 ‘시따따’라는 애칭으로 많이 불린다. 시따따는 산시(陝西)성 방언으로 ‘아버지, 삼촌, 아저씨’라는 뜻이다.

시 주석이 ‘아빠’로 불리자 펑리위안 여사도 ‘펑마마’로 불리게 되었다.

시따따 현상은 수많은 중국인에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꼭 30년 전 어떤 하루를 기억하게 만들었다.

덩샤오핑이 대륙 전체에서 개혁개방 엔진이 힘차게 가동되고, 중국 인민이 희망에 가득 차 있던 1984년. 제35주년 국경절 경축행사 축하행진을 하던 수많은 군중 중 몇몇 베이징대 학생이 몰래 식장으로 반입한 플래카드를 펼쳤다. 한 학생의 침대시트로 만든 그 플래카드에는 손글씨로 ‘샤오핑 닌하오(샤오핑, 안녕)’라고 적혀 있었다.

그때까지 중국에서는 공개석상에서 국가주석을 이렇게 버릇없이(또는 ‘너무’ 친근하게) 호칭하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아수라장 속에 플래카드는 불과 몇 초 만에 사라졌고, 순수한 애국심에서 이 일을 꾸민 학생은 뿔뿔이 도망쳐 며칠을 숨어 지내야 했다. 이 장면은 사진으로 전 세계에 타전됐고, 중국의 변화와 덩샤오핑 인기를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물이 되었다.

이 순간을 운 좋게 포착한 사진기자는 이듬해 전국최우수촬영상과 두둑한 상금을 받았다.

시따따라는 애칭에는 30년 전 ‘샤오핑 닌하오’보다 더 큰 애정과 존경심 그리고 기대가 묻어난다고 한다. 중국인이라면 거의 다 시따따를 좋아한다. 인민일보에서 발표한 2014년 10대 유행어 중에 시따따가 선정될 정도다.

시 주석 인기 원인은 반부패 정책, 자신만만한 외교, 소탈한 성품 등에 있다. 그 중에서도 ‘호랑이와 파리를 모두 한꺼번에 잡는다’는 반부패 정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진핑 정부 들어 지난해 말까지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링지화 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공작부장, 쉬차이허우 전 군사위원회 부주석 등 4대 호랑이를 포함한 16명의 중앙정부 장관급 이상 거물이 줄줄이 낙마했고, ‘파리’급 지방정부 공무원까지 합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정부 인사 40~45%가 저우융캉 세력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들은 후진타오 집권기에 무장경찰 등 상당한 주요조직을 장악했고, 이제까지 처형된 부패 공무원 상당수가 이들이라고 한다. 저우융캉과 링지화 일가는 각각 20조원 가까이 축재했다. 집권층은 그 천문학적 금액이 개인 치부를 넘어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자 인민해방군 실세 쉬차이허우 집에서는 최근 엄청난 규모의 미 달러화와 인민폐(RMB)가 발견됐는데 그 무게가 1톤 이상이었다고 한다.

반부패 조사는 권력서열 6위인 왕치산 서기가 이끄는 중앙기율위에서 진행한다. 왕치산은 자신은 자식이 없어 부패척결 과정에서 후환이 두렵지 않다고 한다. 그가 청년시절 잠시 만났던 한 여성에 대한 소문이 불거지자, 그는 ‘그 문제로 이혼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나는 반부패 척결만큼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부패척결 의지는 너무 강해 가끔 시진핑과 언쟁을 벌일 정도다. 부패사범 척결만큼은 시 주석보다 더 강한 의지를 보인다.

호랑이와 파리 사냥이 한창인 중국. 중국에서 부패 관료 적발과 처벌을 하기 시작하면 해도 해도 끝이 없을 텐데, 시진핑과 왕치산은 대체 어디까지 가려는지 지켜볼 만하다.

신선영 한국무역협회 중국실 부장 cecilia@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