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ICT산업 허브도시, 대전을 가다]<하>유망기업-성진테크윈

성진테크윈은 스위치 등 다양한 군용 부품과 무선통신 블루투스 모듈을 생산하는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다.

회사 기술력은 한국보다 미국에서 먼저 알아봤다. 2006년 미국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 핵심장치 조종간 부품 및 시스템을 납품하면서 국제적으로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성진테크윈 직원들이 조종간부품 등 방산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성진테크윈 직원들이 조종간부품 등 방산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F-35에 조종간 부품을 납품하게 된 배경도 이채롭다. 당시 미국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사업 참여를 위해 보잉과 사활을 걸고 경쟁하던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 1차 벤더 에스엑스(ESSEX)가 제너럴일렉트릭(GE)에 마이크로스위치를 납품하던 성진테크윈의 우수한 기술력을 눈여겨보고 전투기 핵심 부품인 조종간 부품 및 시스템 개발을 제안했다.

스위치, 정밀 센서류 등으로 이뤄진 조종간 부품 및 시스템은 첨단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평가받는다. 비행기 조종사가 폐기 직전까지 다른 어느 부품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치로, 고도의 신뢰성과 정밀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과거 국방제품 개발 경험이 없던 성진테크윈은 에스엑스 첫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지만 에스엑스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계광 성진테크윈 사장을 미국으로 초청해 본사와 항공박물관 등을 견학시키고 사업 중요성을 환기시키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성진테크윈은 용기를 내 시스템 개발을 시도했고, 양산까지 성공적으로 마쳐 2006년부터 납품에 들어갔다.

2034년까지 장기적으로 납품이 확정돼 탄탄한 기업 성장 기반도 마련했다. 파생 부품을 포함해 수출 규모만 750억원에 달한다. 대기업도 아닌 작은 벤처기업이 일궈낸 값진 성과다.

미국 차세대 전투기 핵심부품 개발 실적을 인정받은 성진테크윈은 이후 국내 최초 국산 헬기 ‘수리온’과 경공격기 ‘FA-50’ 조종간 개발업체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국방사업에 참여한 지 3년 만에 방산업체로 공식 지정됐다.

현재 FA-50 전투기 조종간 및 비호 조종간과 수리온 헬기 스위칭 커플러를 국산화해 규격화하고 있다.

최근에 개발한 디지털 조명 제어 시스템도 차세대 먹거리다. 전투기 조종사 시각적 피로도를 해소하고 기체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회사 측은 한국형 차기 전투기 ‘KFX’ 사업이 확정되면 적용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민수 분야 주요 사업으로는 자동차용 블루투스 모듈을 자체 개발해 국내외 유수 카오디오 및 내비게이션 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이 제품은 뛰어난 통화 품질로 수요업체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그간 해외 30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블루투스 모듈 사용 기업에 잡음제거, 에코제거 효과가 뛰어난 음성 튜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 혼다, 미쓰비시, 현대, 기아 등에서 개발한 다양한 자동차 모델에 적용되고 있다.

성진테크윈은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환경에 맞춰 고사양의 블루투스 모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무선키보드, 무선 마우스, 폴더 브라우징, 고음질 음성 전송 기능이 탑재된다.

최근에는 전기선로나 통신선로에 유입된 낙뢰나 이상 전압으로부터 전자기기를 보호하는 서지 보호기를 개발, 국방 분야에도 진출했다.

방위사업청의 4조원대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사업은 물론이고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 사업 관련 서지보호 분야 개발업체로 지정돼 제품 양산을 앞두고 있다.

성진테크윈 강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발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췄다는 점이다. 스위치, 트랜스듀서, 인디게이트 등 다양한 부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과 무선 통신 기술력도 갖췄다.

기초 부품에서부터 외장까지 개발과 생산도 직접 수행한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이유다.

성진테크윈은 앞으로 해외 수출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제 에어쇼와 육상 장비 전시회에 정기적으로 참여해 해외 바이어를 발굴, 수출에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할 예정이다. 2017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잡고 있다.

국방산업은 특성상 장기간 투자와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중소기업이 자체 개발한 부품을 국방 장비에 적용하기까지 경영상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계광 사장은 “대전시와 대전테크노파크, 국방벤처센터의 적극적인 국방 산업 육성 정책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회사 주주와 구성원이 행복함을 느끼는 회사로 성장시켜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