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AS 수준까지 높아진 중국…혁신만이 살길

[기자수첩]AS 수준까지 높아진 중국…혁신만이 살길

“중국 토종 기업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어요. 장벽이 높지 않은 어중간한 기술로 사업해 온 한국업체는 매년 없어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홍콩춘계전자박람회(이하 홍콩전자전)에서 만났던 정부관계자 말이다. 그는 휴대폰 케이스 기술을 예로 들었다. 불과 2~3년 전 홍콩전자전에는 휴대폰 케이스에 고객이 원하는 대로 프린팅해주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인기였다. 해마다 수가 줄더니, 올해에는 그런 기술을 자랑하는 한국 업체는 사라졌다. 실제로 그랬다. 그 자리를 중국 기업이 메웠다.

완제품 전시회다 보니 가습기 등 소형 가전제품이 특히 많았다. 한국에서 본 비슷한 모양 휴대용 가습기를 전시한 중국 업체에 ‘카피’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답했다. 덧붙여 한국 제품을 카피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모양을 보고 쓱쓱 베낀 것이다. 중국산 카피 제품은 수두룩하다. 바이어도 그 사실을 안다. 하지만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 제품을 선택한다. 그러니 한국 중소업체는 버티기 힘들다.

중국기업은 가격만을 무기로 삼지 않는다. 품질도 그럭저럭 따라 잡더니 최근에는 ‘사후서비스(AS)’까지 강화한다. 여러 바이어가 중국 제품은 고장이 잘 나지만, 그만큼 수리도 잘 해준다고 입을 모았다. 수출해서 가져갔을 때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대응하고 고쳐서 보내준다고 했다. 매년 기술력이 좋아지고 고장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고도 답했다.

중국 기업은 달라진 품질과 AS를 자랑하며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혁신뿐이다. 획기적인 디자인 제품을 내놓거나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 매력적인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가격보다 더 구매력이 높은 제품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희망은 존재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라는 브랜드로 양문형 냉장고, 세탁기 등 세계 가전시장에 도전하고, 코웨이도 밥솥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좀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융합과 혁신으로 살아남기 바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