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국·베트남 등과 잇따라 FTA를 타결했다. 통상 부문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이은 FTA 타결과 체결로 우리의 경제영토(상대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는 73.4%까지 확대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금까지가 1개 상대국과 협상·체결하는 ‘양자 FTA’ 국면이었다면 앞으로는 다수의 나라가 한 울타리 내에서 맺는 ‘메가(Mega) FTA’ 시대가 열린다.
메가 FTA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양자 FTA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 권역의 경제협정이다. 규모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만큼 비회원국이 부담해야 하는 상대적 불이익 또한 크다. 한국이 뒤늦게라도 TPP 참여를 검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대로 여러 나라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형성돼 일괄 타결이 어렵다. 협상에 수반되는 ‘주고받기’가 양자 FTA에 비해 어려운 탓이다. 거미줄처럼 엮인 구도 속에서 참여국 모두가 이익 균형을 꾀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메가 FTA 성사 여부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하다.
최근 TPP 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또 다른 거대 FTA로 꼽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협상 후반부에 들어갔다.
RCEP는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경제통합이다. RCEP 회원국 총무역 규모는 10조680억달러 수준으로 TPP를 웃돈다. GDP는 21조6360억달러로 TPP에는 미치지 못한다.
RCEP 회원국은 올해 말 타결 목표로 협상 중이다. 앞서 일곱 차례 공식협상이 진행됐다. 6월 일본에서 여덟 번째 협상이 열린다. 이렇다 할 추진동력이 없어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중·일 FTA도 주목할 만한 메가 FTA다. 세 나라는 자체 무역규모뿐 아니라 상호 교역 역시 활발하기 때문에 타결 시 파급효과가 크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폭도 커서 협상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다. 이달 서울에서 7차 실무협상이 열린 데 이어 다음 달 서울에서 7차 수석대표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가 초대형 FTA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에서 FTAAP 실현 로드맵이 채택됐다. 회원국 공동연구로 오는 2016년까지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목표다. TPP를 미국이 주도했다면 FTAAP는 중국이 대항마 격으로 키우는 카드다.
메가 FTA는 경제 변수를 넘어 정치 변수까지 얽히는 모양새다. 복잡한 메가 FTA 구도 속에서 국익을 확보하려는 우리 정부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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