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스마트카 분야에서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현대차의 스마트카 국제표준 참여는 국내 업계는 물론이고 국가 산업 차원의 수혜도 기대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 성장을 이끌어온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이번에도 통할지 주목된다.

현대차, 스마트카 분야에서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현대차가 참가한 ISO TC 204에는 총 18개 워킹그룹(WG)이 있다. 이 중 WG 14는 자율주행과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능 표준, WG 17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노마딕(nomadic) 기기와 차량 간 연결, 차 대 사람(V2P) 연결 표준을 논의한다. TC 204에서 결정된 표준은 또 다른 위원회인 TC 22에서 차량 내 구현 방식을 다시 논의하게 된다.

TC 22는 독일이 주도하고 있는 반면에 TC 204는 독일, 미국, 일본이 골고루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WG 17은 우리나라가 의장국이어서 주도권을 쥐기가 더욱 유리하다. 현대차가 TC 22보다 TC 204에 먼저 참가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TC 204 참가를 발판으로 향후 TC 22 참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표준 활동 참여 시점은 한발 늦었지만, 앞으로 할 일이 많이 남은 만큼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이경호 국가기술표준원 스마트카 표준 코디네이터는 “ADAS 쪽은 표준화가 많이 진행됐지만 추가로 마련해야 할 표준이 많고, 차 대 사물(V2X) 통신을 활용한 안전 시스템에서는 더 많은 일이 남았다”며 “자동차 내부 구현 방식을 논의할 TC 22까지 감안하면 완성차 회사 참여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가 차원 국제표준 활동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이 코디는 “국내 대형 자동차 제조사가 표준 쪽에 관심을 갖고 활동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표준 활동에도 큰 힘이 된다”며 “표준 활동 중에는 자동차 회사의 기술 검증도 필요한데, 현대차가 참여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계가 얻는 혜택도 크다. 국제기구 표준화 동향을 파악하면 글로벌 기술 동향과 경쟁사의 개발 전략도 함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표준 제정 과정에서 업계 수용성과 의견도 반영할 수 있다. 단기적인 성과는 적지만 독일, 일본, 미국 등 주요 자동차 제조국이 업계 차원 대응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관 자동차부품연구원 스마트자동차기술연구본부장은 “자동차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달리 표준 동향만 봐도 글로벌 기업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거시적인 시장 분석도 가능하다”며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서로 소속 회사가 다른 업계 전문가들도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국제표준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사내 전담 조직이 필수지만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분야”라며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협회나 정부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완성차 회사가 중심을 잡고 표준 활동에 나서면 향후 부품 업체 참여도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