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강국 R&D리더 KERI 5대 성과]<3> 원전 제어계측시스템 개발과 국산화

원전 계측제어시스템(MMIS:Man Machine Interface System)은 제어봉 제어계통 등 원전 상태 감시와 제어, 보호 등을 담당한다. 원전 두뇌이자 신경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KERI가 개발해 국내 주요 원전에 적용된 원자로 출력제어시스템.
KERI가 개발해 국내 주요 원전에 적용된 원자로 출력제어시스템.

우리나라는 1979년 원전 도입 이후 제어봉 제어계통 문제로 인해 36회 정도 발전 정지 사태를 겪었다. 원전 발전 정지에 따른 손실만 하루 20억여원으로 추산된다.

과거 국내 원전은 제어봉 제어계통 기술을 대부분 해외에 의존했다. 관련 시설과 장치 유지보수에 어려움이 많았고, 원전 운용 경험을 통해 도출한 개선사항 등을 반영하기도 쉽지 않았다.

MMIS를 독자 상용화 모델로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2001년 MMIS개발사업단(단장 김국헌)이 한국전기연구원(KERI)에 설립됐다.

KERI는 정부 지원 아래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공기업, 두산중공업 등 민간기업과 협업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2단계에 걸쳐 원전 제어봉 제어계통 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그 결과 1단계에서 ‘제어봉 제어시스템’, 2단계에서 ‘원자로 출력제어시스템’을 개발해 MMIS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어 관련 기술 및 시스템을 국내 원전에 적용·운용해 제어봉 제어계통 기술 자립을 실현했다. MMIS 자체 개발과 국산화는 프랑스,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4번째다.

KERI 제어봉 제어시스템은 3코일형 제어봉 구동장치를 갖춘 원자로에 적용해 원자로 내 핵반응도 즉, 열 출력을 조절하는 수십 개 제어봉을 제어할 수 있는 설비다.

원자로 출력제어시스템은 4코일형 제어봉 구동장치를 갖춘 원자로에 적용 가능한 제어시스템이다.

KERI는 ‘원전용 제어봉 제어시스템’ 기술과 원자로 내 열 출력을 조절하는 ‘원자로 조절시스템’, 원자로 내 열 출력을 신속하게 줄여주는 ‘원자로 출력 급감발 시스템’을 통합해 MMIS를 완성했다.

국내 원전은 MMIS 적용으로 안전등급 IC-3과 내진성능 IC-2 기준을 충족했다. MMIS에 세계 최초로 이중화 구조를 채택해 단일 고장에 의한 제어봉 낙하와 원자로 불시 정지 요인을 최소화했다.

MMIS는 2014년 말 기준으로 고리 원전 등 국내 원전 11호기에 적용돼 1380억원에 달하는 수입대체 효과를 거뒀다. 또 국내 기술진에 의한 신속한 유지보수로 원전 가용률이 향상돼 연간 5억5000만원가량 비용절감 효과도 얻었다.

권순만 KERI 본부장은 “독자 개발한 원전용 제어봉 제어계통은 국내 모든 경수로형 원전 설비에 적용 가능하다”며 “한국형 원전 해외 수출과 고도로 신뢰성을 요구하는 항공기, 방위산업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기술적,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