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뜻밖이었다. 비행기를 처음 만든 사람이 1903년 미국의 라이트형제란 걸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브라질에 와봤더니 산토스 두몽이란 브라질 사람이 인류 최초로 비행에 성공했다고 많은 이가 굳게 믿고 있었다. 1906년 10월 23일 최초의 자체동력을 지닌 진정한 의미의 비행기를 만들어 프랑스 파리 바가텔리공원에서 3m 높이로 60m 거리를 날아가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브라질인 자부심은 실로 대단하다. 항공 분야 남다른 애정과 열정으로 1965년 소형위성을 발사했고 미국과 유럽이 주요 고객인 110인승 이하 중형 여객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세계 4대 항공기 생산국이 됐다.
브라질 행정수도이자 계획도시인 브라질리아 시조차 비행기 모양을 본떠 설계했을 정도다.
이런 브라질의 대국 기질은 자연스레 세계 최강국가를 향한 야망으로 이어진다. 세계 5위의 광활한 영토, 곡물창고이자 자원의 보고, 지구의 허파는 브라질의 또 다른 이름이다. 물론 현재 브라질이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브라질 국영석유회사(Petrobras) 초대형 불법자금 스캔들이 혼란의 도화선이 됐다.
혼란은 변화와 개혁의 초석이 되어 중장기적 관점에선 오히려 브라질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묘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시민이 변화와 개혁을 위한 참여의식을 보이고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강력하게 선언한 것도 사실 과거 브라질 사회에선 상상조차 못한 일이다.
브라질 경제를 쉽게 예단하긴 어렵지만 브라질이 지닌 근본적인 저력과 과거에 보여줬던 회복탄력성에 비춰보면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 턴어라운드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브라질 경제가 내년부터 회복세를 보여 1.5%까지 성장하고, 그 이후 본격적인 성장 사이클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장밋빛 경제전망을 동력으로 삼아 브라질이 본격적인 영토 개발에 나섰다. 브라질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은 올 초 호세프 대통령 제2기 집권기간(2015~2018년) 동안 약 4조1000억헤알(약 1조36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이 중 5980억헤알(약 1980억달러)은 인프라 개발에 배정됐다. 현재 브라질 연간 평균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투자규모도 1000억헤알(약 330억달러)에 달한다.
브라질을 비롯해 중남미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으로선 분명 기회의 문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브라질 코스트(Brazil Cost)’를 감안해야 한다. 브라질은 남미공동시장 중심지로서 2억명이 넘는 거대한 내수시장, 인근 국가로 판매시장 확대 가능성 등 투자매력도가 크지만 기업 활동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사회 전반적인 부대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다.
세무공무원조차 다 알지 못하는 과도하고 복잡한 조세제도, 부족한 인프라 시설, 노무관리 부담, 과도한 금리 등이 이곳에 진출한 우리 기업 발목을 늘 잡기 때문이다.
연방법과 27개주 및 각 시의 법규와 관행이 각각 상이한 점도 기업 활동의 큰 애로사항으로 작용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 기업이 브라질에서 성공하려면 단기 수익성만 추구해선 안 된다. 브라질 코스트의 정확한 이해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장기적 관점의 전략이 필요하단 얘기다. 무역자유화와 시장개발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세계시장의 성장 축으로 떠오른 브라질. 남미공동시장(Mercosur)을 이끌며 남미국가연합(UNASUR) 창립과 운영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110여년 전 산토스 두몽은 파리 상공을 날았지만, 오늘날 브라질은 전 세계를 향해 비상(飛上)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명석 수출입은행 브라질 상파울루 사무소장 lms@koreaexim.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