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점보기 시대

점보기는 큰 날개에 4개에 달하는 대형 엔진을 달고 2층으로 이뤄진 거대한 기체를 갖춰 수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나를 수 있다. 이런 장점을 앞세워 점보기는 오랜 기간에 걸쳐 공중 이동 수단의 주연이었다. 하지만 이런 점보기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전과는 달리 기세가 꺾이는 추세다.

저무는 점보기 시대

정원이 500명이 넘는 높은 수송 능력을 지닌 보잉 747 같은 비행기가 등장하면서 대량수송시대가 열렸다. 에어버스380 같은 기종은 기체를 2층으로 만들고 800명에 달하는 승객을 한꺼번에 목적지까지 나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기종이 처한 상황은 쉽지 않다. 기체 노후화와 운영비용 등 다양한 문제로 세계 곳곳에서 운행 정지나 폐기되기도 한다. 이들 두 기종은 결국 지난 2014년에는 새로운 수주가 1대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저무는 점보기 시대

이런 점보기를 대신해 주목받는 건 이보다 소형 엔진 2개를 탑재한 쌍발 항공기다. 한 번에 500명 이상을 나르는 점보기만큼 승객을 운반할 수는 없지만 엔진 수가 적고 유지보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연비 역시 뛰어나 항공사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저무는 점보기 시대

점보기의 주문 감소는 향후 생산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대당 4억 달러에 달하는 카탈로그 가격에서 50% 이상 할인 혜택을 실시한다는 말도 나온다. 보잉 747-8 기종의 경우 생산 규모는 기존 월 1.5대에서 1.3대로 줄인 상태다. 하지만 주문량은 2년 반 정도면 완료된다. 상담에서 발주 계약까지 1년이라는 긴 협상 시간이 필요한 항공 업계에서 이 정도 주문량은 위기 상황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무는 점보기 시대

물론 업계에선 지난 20년 동안 보잉 747 같은 4발 항공기 수요는 꾸준히 감소해왔다. 이를 대체하는 건 보잉 777이나 에어버스 330 같은 쌍발 항공기다. 같은 기간 비교하면 쌍발 항공기 수주 물량은 7배나 증가했다. 보잉은 지난 2014년 547대나 주문량이 들어오는 등 호조인 것. 에어버스의 경우 A380을 선보인 지 얼마 안 지난 상태인 만큼 상대적으로 보잉보다는 대형 항공기에 대해 낙관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양사 모두 결국 초대형 항공기는 틈새시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

물론 보잉 747 같은 기종의 미래는 화물기로서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룩셈부르크 화물 운송 전문 항공사이자 세계 최대 규모 보잉 747 활용사인 카고룩스항공(Cargolux) 역시 최근 보잉 737 주문 3대를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 운송 수요가 지난해 4.8% 증가했지만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간신히 돌아온 수준이다.

보잉은 화물 시장의 보잉 747 수요가 오는 2020년까지 143대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건 연료가격 상승. 운영비용이 늘어나면서 항공사는 최신 화물 전용 기종인 747-8 주문 대신 퇴역한 중고 여객기형 747을 개조해 화물기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 140만 달러에 달하는 신형 항공기의 임대비용과 견주면 중고의 경우 40만 달러면 충분하다.

한편 2007년 취향한 에어버스 380 기종은 비교적 젊은 기체다. 에미레이트항공 등 중동 쪽 항공사가 주로 사용 중이지만 최근 수요 감소로 엔진을 리모델링해 경쟁력을 높이거나 생존 여부 판단을 강요당하고 있는 상태다. 에어버스가 현재 받은 주문은 161대로 향후 5년 동안 생산량이다. 하지만 수주한 모든 기체가 실제로 납품되는 건 아니다. 따라서 항공기 제조사는 항상 새로운 수주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2014년 신규 수주가 하나도 없었다는 게 문제다.

에어버스는 오는 11월 열릴 예정인 두바이 에어쇼 기간 중 A380을 부활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100억 달러가 넘게 들어간 개발비용 회수에 대한 전망을 밝혀야 EU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항공기 시장이 쌍발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거대한 점보기의 대표주자인 보잉 747과 에어버스 A380 같은 기종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최필식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