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020 온실가스감축목표 “경쟁력 위축 안되게 유연한 설정을”

산업계가 2020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산업경쟁력이 위축되지 않는 선에서 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를 반영해 감축 목표를 잡아야 하고, 국제적 명분보다 국익에 우선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8일 유동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 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토론회에서 주제발표하고 있다.
28일 유동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 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토론회에서 주제발표하고 있다.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시 고려사항과 국가 협상 전략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는 산업경쟁력을 고려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부나 환경단체는 여전히 공격적 목표 설정과 강력한 이행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 국가목표 설정까지는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주제발표에 나선 유동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 구조상 에너지 소비와 산업 생산이 비례하는 제조업 중심 성장 정책을 펼치고 있는 국가 특성이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을 위한 최소한 에너지 소비 증가는 필수적이며 이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유 연구위원은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할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준이 산업계 에너지 효율화 속도를 초과하게 되면 성장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도 “국익을 고려한 감축목표 제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일본·러시아·캐나다 등이 과거 교토의정서 공약기간에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국제사회에 약속한 감축의무를 거부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호주도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철회한 바 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가 위상이라는 명분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다”며 “경제적 고려 없는 일방적인 배출권 규제는 기업 활동을 제약해 기업을 해외로 내보내는 탄소누출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는 우리나라 경제적 수준보다 누적 탄소배출량에 대한 역사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1900년 이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은 세계 1% 수준이고 1인당 배출량으로 따지면 세계 52위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책임이 가볍다는 설명이다.

유 본부장은 “탄소배출에 대한 역사적 책임 정도보다 상회하는 감축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선도적 국가 이미지는 얻을 수 있겠지만 경제 환경에는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국제사회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국제사회가 합의한 ‘리마 기후 행동 요청’에 따라 각국은 오는 10월 1일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UNFCCC)에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이행방안을 담은 ‘자발적 기여 공약(INDC)’을 제출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이에 맞춰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에 착수했으며 오는 6월께 초안이 나올 예정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