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세무사 등 법조인접 자격사를 재교육시켜 변호사 자격증을 부여하자는 보고서가 국회에 제출됐다. 로스쿨 제도를 안착하고 영역 다툼을 종료한다는 취지다. 변리사회 등은 변호사 인접직역 자동취득을 유지하기 위한 ‘물타기’라며 반발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조인력양성제도개선소위원회 산하 법조인력양성자문위원회는 지난 달 국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관세사 등 인접 직역을 ‘변호사’로 통합하고 기존 자격사들에게 변호사 자격증을 부여하는 내용의 보고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변호사를 제외한 기존 자격사들이 변호사 자격증을 받으려면 로스쿨에서 마련한 1~2년의 재교육 과정을 유상으로 받아야 한다. 변호사를 제외한 신규 자격사 시험은 더 이상 치르지 않는다. 이에 따른 효과는 법률 서비스 질적 향상과 로스쿨 제도 안착, 업무 처리 투명성 강화라는 것이 보고서 골자다.
자문위원회 관계자는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대거 배출되면서 좁은 국내 시장에서 자격사가 지나치게 세분화돼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다”며 “대국민 서비스 질적 하락은 물론 어느 단체에도 이롭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분화된 직역을 하나로 합치고 자격사 배출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시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이라고 전했다.
재교육 기간 동안 기존 자격사가 영업을 사실상 접어야 하고 로스쿨의 높은 교육비용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해당 보고서가 구성원 대부분이 변호사로 구성된 법사위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 역시 공정성 논란이 있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지금이 군사정권도 아니고 모든 자격증을 변호사로 통폐합하라니 업계 종사자로서 집단 이기주의에 창피함을 느낀다”며 “전문가는 실력이 생명이고 자산이며 실력으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직역단체도 대부분 동의할 수 없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변리사 업무는 변호사와 전혀 다른 전문가 영역이어서 미국처럼 우리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허소송 수요가 늘어나는데 로스쿨에서 제대로 된 지식재산권 전문가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분리가 필요하다”며 “통합안이 적용되더라도 충분한 숫자의 변리사를 공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무사회는 ‘인접직역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반쪽짜리 보고서’라며 반발했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자격사 통합은) 시기상조다”라고 일축했다.
법무사회는 통합안 내용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대안이라는 차원에서 현실성이 있고 로스쿨 교육과정의 다양화나 제도 안착을 위해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자격사 선진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