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BOE가 10.5세대 신규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예고됐던 일이지만 기습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선 BOE보다 왜 서둘러 10세대급 액정표시장치(LCD) 투자를 하지 않았는지 책임 공방을 벌였다. 먼저 투자에 나섰어야 했다는 자조 섞인 발언까지 내부에서 나돌았다. 대외적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했다.
BOE는 10.5세대에 이어 8.5세대 LCD 공장을 짓는다. 많은 디스플레이 전문가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이구동성이다.
BOE 10.5세대 투자는 단순한 물량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규모와 함께 내실도 강화된다. 특히 기술 개발 진척도가 지금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난이도가 높은 OLED 양산에도 들어갔고, 8K 고해상도 LCD 개발도 이뤄진 상황이다. 10.5세대에서 8K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는 내다보고 있다.
BOE가 단숨에 최대 경쟁자로 떠오른 데는 ‘인재 유치’라는 강력한 무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연봉 세 배 이상을 제안하며 세계 전문가를 스카우트했다. 스카우트는 진행형이다. ‘연봉 상한선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얼마 전 BOE는 반도체 시장 진출 계획을 공표하고 인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에 비해 우리 업계는 기술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BOE 반도체 사업 진출에 대해 평가절하했다. 불과 5년 전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지금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BOE 10.5세대 투자와 반도체 시장 진출, 모두 의미심장하게 봐야 한다. 당장 우리나라를 앞서 가진 못하겠지만 경쟁업체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1987년 설립된 화웨이는 20여년 만에 스웨덴 에릭슨을 제치며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성장했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도 예외일 수 없다. 국내 업체가 ‘역전타’를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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