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 상장사인 A사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회사가 어려운 상황인데 지출해야할 자금은 많다. 그 중에 주면서도 아까운 지출이 지정자문료다. 증권사에 매년 지급하는 자문료가 아깝다는 생각뿐이다.
#지난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B사는 지정자문사의 헌신적 도움 덕에 공모과정을 깔끔하게 마쳤다. 지정자문사에서 상장주선인으로 이름을 바꿔단 증권사 덕에 요즘 주가흐름도 좋다.
지정자문제도의 두 얼굴이다. 2013년 7월 시장이 문을 연 이후 모든 것이 조금씩 변했지만 지정자문제도는 그대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3일 코넥스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여기에도 지정자문제도는 유지한다는 취지다. 오히려 자문 증권사 수를 16곳에서 51곳으로 대폭 늘렸다. 실제 최근까지 지정자문에 참가한 회사는 14곳뿐으로 2곳은 이름만 걸고 있었다.
코넥스 상장사 73곳의 지정자문인을 분석해 보면 IBK투자증권이 17곳을 맡아 가장 많고 NH투자증권 10곳, 대신증권 8곳으로 상위에 분포한다. 반면에 KDB대우증권과 신영증권은 1곳씩만 자문을 맡았다.
코넥스시장 지정자문인은 상장 및 상장유지를 지원하는 후견인 역할을 수행하고 투자자에게는 코넥스시장의 완화된 규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상장예정법인 적격성을 심사하고 지정자문인 계약 해지 등을 통해 부실기업을 사전에 퇴출해 코넥스시장 건전성을 유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문제는 처음 코넥스에 상장시킬 때와 유지할 때가 다른 증권사의 태도다. 증권사나 기업이나 모두 코스닥을 가기 위한 관문으로 코넥스를 선택한다. 중소·벤처 위주인 기업은 큰돈을 들여 시장에 들어왔지만 이후 해주는 것 없이 매년 계약유지를 이유로 수천만원씩 받아가는 증권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상장사 대표는 “기업보고서 한두 건 내주고 1년에 수천만을 받아가는 지정자문인이 왜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면서 “코스닥으로 빨리 탈출하든지 아님 코넥스를 떠나든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정자문료만 부담은 아니다. 코스닥을 대비하는 기업은 외부감사인지정제도에 따라 지정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 비용은 더 부담이다.
코넥스에 안주하고 있다면 모르지만 코스닥으로 점프를 계획한다면 당국이 정한 외부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데 매년 1억원 이상 들어간다.
또 다른 상장사 대표는 “정부가 코넥스를 키운다고 해서 상장을 했는데 실제 자금 유입은 거의 없고 지정감사료에 지정자문료까지 1년에 2억원 가까이 지출된다”며 “중소기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더 힘들게 만드는 행정편의적 제도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지정자문을 맡고 있는 증권사 관계자는 “어차피 코스닥으로 이끄는 역할이라 신경 쓸 것이 많고 코스닥 IPO와 비교해 적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넥스협회 관계자는 “금융위가 내놓은 활성화 조치에 지정자문인 문제가 포함될 줄 알았는데 빠졌다”면서 “형편이 어려운 상장사를 위해 자문료를 내리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넥스 지정자문인 현황(73개 상장사 기준)>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