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태양광서 중국을 이길 비책이 있는가

[ET단상]태양광서 중국을 이길 비책이 있는가

태양광산업이 불황의 터널을 지나 안정적 단계로 진입했다. 지난해 세계 태양광 설치량은 전년 대비 10%가량 성장해 40GW를 상회했고 올해도 비슷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세계 누적설치량이 200GW를 넘어서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를 1.4GW급 원자로 발전량으로 단순 환산하면 원자로 24기를 설치한 효과와 같고 이는 현재 한국이 보유한 원자로 대수와 비슷하다. 태양광 기술과 산업은 더 이상 무시의 대상이 아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한국은 태양광 분야에서 주도권을 쥘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정부과 기업은 지난 10년간 비교적 금액을 기술개발에 투자했다. 태양광 기초 원료인 폴리실리콘 분야에서는 OCI가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5개 기업이 독과점하는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세계적 소재기업으로 도약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반면에 태양전지와 모듈 분야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대다수 기업이 여전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고 분위기도 밝지 않다.

2004년에 출범한 ‘산업자원부 신재생에너지 3대 사업단’ 중 하나인 태양광사업단 단장으로서 2008년까지 5년간 근무할 당시 듣는 질문은 언제나 비슷했다. ‘중국의 물량공세를 이겨낼 방법이 있겠는가.’ 대답은 당연히 ‘있다’ 였다.

미래에 어떤 기술이 지배할 것인지 정확하고 빠른 판단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1세대 실리콘 기술이 진부해 보였으나 2세대와 3세대 기술이 실리콘 기술을 대체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커 보였다. 적어도 10년 이상은 실리콘 기술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우수하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소재를 국산화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의견을 달리 하는 전문가도 많았으나 다행히도 민관의 공감을 얻어 소재기술개발에 정부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2006년에 시작된 기술개발과 동시에 양산기술확보 노력이 병행돼 OCI는 2년 만에 폴리실리콘 양산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결과 앞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같은 질문을 던진다. ‘폴리실리콘은 그렇다 치고, 셀과 모듈에서도 중국의 물량공세를 이겨낼 수 있는가.’ 대답은 여전히 ‘그렇다’다. 기술의 본질적 특징을 잘 파악한다면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다고 믿는다. 태양전지와 모듈에 요구되는 핵심 특성은 고효율과 신뢰성이다. 고효율화는 설치비용을 비롯한 전체 시스템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장기신뢰성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진다. 사막과 같은 황무지에 대규모로 세워지는 시스템에서는 더욱 그렇다.

태양광 분야 중에서 태양전지와 모듈 기술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과 공통점이 많다. 장치산업적 측면이 크므로 연구개발도 연구인프라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면이 강하다. 2012년에 산업자원부는 ‘통합형 실리콘 R&D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의 핵심은 실리콘 태양전지 및 모듈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산학연이 공동 활용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의 기능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일본도 이미 2010년부터 ‘올 재팬 프로젝트’를 추진해 도요타공대에 연구기반시설을 갖추고 산학연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은 2013년부터 HERCULES 프로그램을 통하여 n타입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을 산학연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한국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경제적 가치를 지닌 산업이다. 꾸준하게 기술개발과 양산을 추진해 오던 LG전자의 태양광사업부가 2014년에 흑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통합형 실리콘 R&D 프로그램’이 추진되면 더 많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확신한다. 12척의 배로 300척을 물리친 기록을 가진 나라가 왜 큰 기회 앞에서 서성대는지 의문이다.

김동환 고려대 교수(신소재공학부) donghwan@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