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저장(Energy Storage)장치는 에너지를 나중에 쓸 수 있도록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전기 에너지를 모으는 배터리가 대표적인 에너지 저장 매체다. 리튬 배터리 등의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차전지와는 다른 에너지 저장매체 기술을 통해 미래 에너지 기술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등이 널리 보급된 요인 가운데 하나는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진화가 한 몫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진화는 출력과 내구성 향상 뿐 아니라 해마다 가격이 내려간 것도 중요하다.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은 지난 1990년부터 2005년까지 15년 동안 10분의 1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격 하락은 이후 모바일 기기 보급에도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로 대표되는 이차전지 대부분은 용량 단가와 출력 전력량 단가로 말하자면 발전용 전원인 발전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비용 문제가 있다. 또 리튬 배터리는 휴대용 에너지 저장 매체로는 적당하지만 더 큰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상설 기기로 따지면 비용 면에서 불리하다.
이런 점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무게가 늘지만 대량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장치로 리독스 플로우 전지(Redox Flow Cell)과 압축 공기 전지(Compressed Air Energy Storage) 등이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같은 일반 이차전지는 고체 전극 자체가 산화 환원 반응을 해 변화하는 반면 리독스 플로우 전지 같은 제품은 용액 중 이온이 산화 환원 반응하는 전극의 화학 변화가 없다. 따라서 구조적 열화가 거의 없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리독스 플로우 전지의 또 다른 장점은 용액량을 늘려 저장 전력량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것. 대용량화를 하려면 전지 용액을 더 넣는, 그러니까 탱크 자체만 크게 하면 된다는 얘기다. 일반 이차전지보다 훨씬 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대용량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압축 공기 전지는 공기를 압축할 때 발생하는 열을 전기 에너지로 축적하는 장치다. 아이디어 자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졌지만 발전 효율이 낮아 실용화를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라이트세일 에너지(LightSail Energy)가 등장하면서 압축 공기 전지의 실용화도 현실성을 띄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나 리독스 플로우 전지, 압축 공기 전지 같은 에너지 저장 매체는 종류를 불문하고 일단 선순환 사이클에 들어가면 단번에 보급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시작해 새로운 시장 구축, 배터리 수요 증가, 대량 생산을 바탕으로 한 배터리 가격 하락이라는 사이클이 가속화되는 걸 뜻한다.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 역시 앞으로 이런 선순환 사이클을 타고 단번에 보급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 보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전력비용 감소다. 현재 각국의 전기요금은 전력 사용 시간에 따라서 전기 요금을 변동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종량제를 도입한 곳이 많은 전기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가격이 높은 식이다. 이는 전력 공급사의 발전 비용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전력 회사는 전력을 1년 365일 24시간 항상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걸 요구받게 된다. 전력 사용량이 피크일 때를 감안해 평소에는 ‘풀파워’ 발전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전소를 유지한다.
또 이런 피크 상황에서 전력 부족을 보충할 때 사용할 발전소는 항상 발전하는 발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 비용이 높은 청정에너지 등을 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피크 타임의 전력비용도 자연스레 높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피크 타임의 전력 비용 상승을 흡수하기 위해 전기요금이 높아지는 식이다.
따라서 전기가 남아도는 시간에 발전한 전력을 피크타임으로 옮길 수 있다면 전기 요금을 인하하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까지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와 전력 공급사 양쪽 모두에 윈윈 효과를 주기 때문에 대용량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매체 개발이 필요하다.
또 다른 관심 대상은 자가 발전이다. 태양광 패널을 가정이나 기업이 설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까지 태양광 패널의 에너지 효율은 20%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 기술 혁신을 통해 발전 효율이 높아진다면 전력 회사에서 전기를 구입할 필요 없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생활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런 자급자족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이 생긴다면 에너지 저장 매체는 핵심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잉여 전력을 차세대 에너지 저장 매체에 저장해 나중에 쓸 수 있다면 당연히 도움이 되기 때문.
친환경 발전 수단은 태양광 외에 풍력과 조력 발전도 있다. 태양광에 비해 풍력이나 조력 발전은 발전량 자체는 작지만 발전 설비 설치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태양광 발전과 달리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상 일정량을 발전할 수 있어 안정성에선 더 유리하다. 기존에는 수력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만 활용할 수 있던 청정 에너지도 에너지 저장 기술이 발전하면 더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