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로커는 2010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다. 폭발물 제거반이라는 일상적이지 않은 소재를 다뤘다. 가장 남성적인 영화를 만든 감독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이 한때 남편이었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를 누르고 82회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사실은 더욱 화제가 됐다.
영화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 제거반(EOD) 활약상을 다뤘다. 실제처럼 보여야 한다는 감독의 의지에 따라 진짜 폭발물이 촬영에 동원됐다. 그만큼 이라크 현지 전쟁 상황이 사실처럼 그려졌다. 건물이든 전차든 모든 걸 날려버리는 적군의 폭탄,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그 폭탄을 두려워하는 병사들의 긴장감. 폭탄을 발견하고 뇌관을 제거할 때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볼거리가 화려하지만 영화는 폭발물 제거반의 심리를 보여주는데도 집중한다. 팀장 제임스(제레미 레너)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오랜 시간을 보낸 나머지 위험상황에 중독된다. 그는 위험 상황에서 활약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정체성을 발견하며, 그럴수록 일상의 무료한 삶을 견디지 못한다. 그는 결국 어린 아이와 부인을 남겨두고 다시 이라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허트로커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방호복을 입고 뒤뚱뒤뚱 걸어가는 폭발물 제거반 모습이다. 이라크 무더위 속에서 50㎏이 넘는 무거운 옷을 입고 있는 건 자체가 짐이다.
옷에는 통신장비가 들어 있어 아군과 교신할 수 있다. 꽤 강한 폭발에도 요원을 지켜줄 수 있도록 특수소재가 사용됐다.
구조장비를 전문 취급하는 국내 업계에 따르면 방호복은 폭발로 발생하는 초속 1400~1800m의 폭속에도 요원을 지켜줄 수 있다. 우리나라에 부는 강한 태풍의 초속이 50~60m 정도라고 하니 폭발이라는 게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가졌는지 짐작조차 어렵다.
영화에서도 근접한 폭발에서는 요원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폭탄 바로 옆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긴장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허트로커에는 폭발물 처리를 돕는 로봇도 나온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팔다리 달린 로봇은 아니다. 궤도 바퀴로 굴러다니는 조그만 로봇이다. 직접 폭발물을 제거하지는 못하고 폭발물 주변 상황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민간 군수업체가 폭발물 처리 로봇을 생산한다. 아이로봇(iRobot)의 ‘510 팩봇’이 유명하다. 빠르게 폭발물에 접근해 비파괴 검사 등을 수행할 수 있다. 퀴네티Q의 ‘탤론’은 2001년 세계무역센터 구조임무, 이라크전 등에 사용되면서 성능을 인정받았다. 무선통신 기능이 좋아 1㎞ 떨어진 곳에서도 작전수행을 할 수 있다. 미국 해병대연구소의 ‘드래곤 러너’는 가벼워서 등에 맬 수도 있으며, 소형 폭약장치 설치가 가능하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