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지식재산제도와 인간존재

누가 법학은 ‘무엇에 관심이 있는 학문인가’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법학은 인간행위에 관심이 있고 그 중에서도 법률적 의미를 가지는 행위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는 학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분적으로는 인간존재에 대한 학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위의 의미를 지식재산에 관한 법제도에 대입시켜 본다면 지식재산 분야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인간 행위와 인간존재에 관한 것이다.

계승균
계승균

역사적으로 보면 인간의 존재가 시작될 때부터 창작이나 발명과 같은 지적인 행위는 있었고 지적인 행위로부터 이루어진 성과물과 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왔다. 지적 성과물은 인간사회를 풍성하고 편리하게 나아가서 또 다른 지적인 성과물에 대한 자극체로서 인간영역의 지평선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행위를 한 사람에게는 사회적 평판, 금전적인 보상과 함께 독점 이라는 권리가 주어졌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산업혁명이 있었고 이를 통해 산업화 사회가 도래했다. 산업화 사회는 인류에게 편리함과 시간·공간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였고, 물질적인 풍요와 의료 발전, 도시화, 경쟁 강화 등 다방면에서 바벨탑과 같은 인간의 이성과 지성의 위대성을 나타내주었다. 산업화는 지금도 다른 이름으로 또는 다른 형태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인류에게 선한 열매를 가져다줄 것 같은 산업화는 다른 측면에서는 공해, 도시화로 인한 여러 가지 폐해 등 독과수(毒果樹)도 부수적으로 따라오고 있다. 또 산업화로 인해 물질적 풍요에 따라 물질을 숭배하는 신앙에 가까운 태도가 인류사회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산업화, 도시화는 이러한 인간의 더 많은 물질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탐욕스런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마당이 되었다. 이러한 마당에서 성공한 사람의 신화가 과학, 경영, 유통 등에서 회자되었고 일부는 역사적으로 존경과 긍정적 평가가 이루어져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절대적이고 획기적인 업적을 이루었다고 해서 신화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의 변천이나 변화된 모습 모든 것이 부분적으로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에게 유익하고 인간에게 무엇인가 발전적인 것을 가져준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아니 믿도록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믿음을 부정하거나, 이 믿음에 따르지 못하는 행동을 하면 사회 부적응자라는 낙인을 쉽게 받는 시스템이 되었다. 정치, 경제, 교육 등도 이러한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하도록 하여왔다. 그런데 이 믿음을 가지도록 하는 하나의 단어는 ‘산업’이라는 추상명사이고 이의 구성원 대부분은 기업과 같은 하나의 단위체다.

무슨 산업이라고 하는 추상적 내용과 산업 구성원인 단위체는 인간 자체 내지 인간존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산업자체를 위해서 구체적으로는 산업 이익을 위하여, 아니면 산업 구성체의 이익을 위하여 인간을 수단으로 이용하고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존재가 빠진 산업 또는 산업 발전을 위해 제도를 만들어 놓고 제도 자체를 존중하게 되는 현상에서는 인간존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즉 주인과 종의 역할이 바뀌어 종이 주인을 부리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일면을 우리는 법조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식산업의 대표적인 것이 특허발명이고 이를 보호하는 것이 특허법인데 이 법의 목적 조항인 제1조에서 “이 법은 발명을 보호·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문을 간략히 분석하면 발명가의 보호와 발명의 장려를 통해 개발된 발명 이용을 기술발전 촉진이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꾀하고 최종적으로 산업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특허법을 제정한 이유라는 것이다. 인간존재를 산업발전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오히려 산업발전을 통해 인간존재의 존중에 기여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식산업을 비롯한 모든 산업, 모든 제도, 모든 법률은 인간존재 그 자체를 가치 있게 하고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가치판단이 비교적 적게 개입되는 지식재산에 관한 분야라고 하더라도 인간존재에 대한 생각만은 꼭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계승균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doktorkye@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