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해외에서 잇따라 차량-스마트폰 연결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지만 오직 국내만 도입이 지지부진하다. 전자-자동차 업계 간 협업 미비가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다. 기반 기술이 모두 갖춰졌음에도 도입이 늦어 국내 소비자만 소외되는 형국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스마트폰과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연결 기술의 국내 도입 일정을 잡지 못했다. 해외에서 기술 상용화에 적극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회사는 미국에서 신형 쏘나타(6~7월)와 K5(10월)에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를 순차 적용한다. 중국에서도 바이두와 협업한 블루링크(현대), UVO(기아)를 연내 출시하기로 했다. 중국판 블루링크와 UVO에는 세차지수 알리미 같은 현지 특화 기능까지 탑재했다.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전화 걸기, 지도 및 내비게이션, 음악 듣기 등 스마트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등 주요 제조사가 초보적인 단계지만 자동차 내 앱 생태계를 구현하는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관련 기술은 이미 갖췄다. 국내·외 주요 모터쇼에 시제품을 전시할 정도다. 해외에서는 협업도 활발하다.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하려면 현지 IT 업체와 파트너십이 필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운용 중인 블루링크와 UVO는 차량 공조 제어, 내비게이션 목적지 전송 등 제한적 기능만 제공된다.
국내 전자-자동차 업계 간 협업 미비와 지나친 견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대·기아차가 해외에서 상용화하는 서비스를 국내 도입하려면 앱 생태계를 갖춘 SK 등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 결국 구글·바이두와는 손 잡을 수 있어도 국내 재계 라이벌과는 손 잡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 진출한 외국계 완성차 회사와도 차이가 있는 행보다. 르노삼성자동차 QM3는 선택 사양으로 티맵을 내장할 수 있다. 통신 기능까지 갖춘 클라우드 서비스다. 기존 실시간교통정보서비스(TPEG)보다 교통 상황을 반영하기 쉽다.
업계 전문가는 “현대·기아차가 외국에서는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서면서도 국내에서만 유독 도입을 늦추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외국은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헤드유닛으로 진화하는데 국내는 고작 내비게이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동차와 IT 업계 간 협업 미비가 고질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사용자 수용성과 시장성에 확신이 서지 않으면 쉽게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해외 시장과 달리 내수 시장에서는 도전보다는 안착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시기는 조율 중이지만 국내 도입 자체는 기정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내 도입 계획이 없는 것이 아니고 적용을 위해 개발 중인 단계”라며 “상황은 지켜봐야 되겠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