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형제 나라’에서 느낀 행정한류의 힘

[특별기고]‘형제 나라’에서 느낀 행정한류의 힘

4월 18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6·25 한국전 참전용사와 그 후손 180여명을 초청한 모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콜롬비아 대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말을 인용해 “가슴을 가진 사람에게 망각은 어렵다”며 콜롬비아 참전 용사에게 감사를 표했다. 60여년 전 이름조차 생소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5000여명의 콜롬비아 젊은이가 머나먼 타국으로 건너와 목숨을 걸고 싸웠다. 용감한 콜롬비아 젊은이들 덕분에 대한민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 고귀한 희생에 대한 은혜를 오늘날 되갚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자 사명일 것이다.

콜롬비아를 방문해 현지 국방부 장관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치안, 테러방지 등 국제범죄 예방에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콜롬비아 교민의 안전도 보장하게 됐다. 더불어 한국형 전자정부시스템 전수현장인 콜롬비아 중앙혁신센터를 방문해 현지 교사들과 정보기술(IT) 활용 교육역량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보고타시 대중교통 문제 해소를 위해 교통카드를 도입한 지능형 교통시스템 현장을 보면서 ‘형제 나라’에 작은 보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회가 깊었다.

이어 방문한 페루에서도 전자정부 역량강화 훈련, 컨설팅, 공동연구 등을 위한 MOU를 교환했다. 한-페루 전자정부협력 포럼을 개최해 우리나라 전자정부 정책과 법무부 형사사법통합시스템, 전자출입국관리시스템 등을 알렸다.

중남미는 15~34세 이르는 청년층 인구비중이 34.1%에 이르는 젊은 지역이다. 총인구 41%가 중산층이다. 리튬·구리·철광석 등 풍부한 자원과 에너지를 보유했다. 급격한 경제 발전을 토대로 행정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전자정부·교육·보건·의료·치안·방위력 육성 등을 적극 추진한다. 우리에게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이에 맞춰 정부도 올해를 ‘중남미의 해’로 선포했다.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를 3월 부산에서 열었다. 대통령은 콜롬비아·페루·칠레·브라질 남미 4개국을 방문하는 등 경제·외교·문화협력은 물론이고 행정한류 확산을 위해 적극 노력 중이다.

같은 달 행정자치부 장관 자격으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를 방문해 아프리카 5개국 행정장관을 만나 공공행정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에티오피아 역시 6·25 전쟁에 참전한 형제국가다. 새마을운동, 전자정부 등의 협력을 원하고 있었다. 우간다의 키테무 마을에서는 새마을운동을 통해 공동우물을 설치,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있다. 벽돌공장, 목공소, 미용실 등을 설립해 3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프리카는 지난 40여년간 원조자금을 무려 700억달러나 받았지만 경제성장률은 1% 미만에 머물고 있다. 우리 행정한류는 그간 경제원조와 달리 많은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선진화된 행정시스템을 전수한다. 이를 통해 개도국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하고 또 그것이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라고 본다.

행자부는 이번 순방성과를 필두로 중남미와 아프리카는 물론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유럽 등 지구촌 전역에 전자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행정혁신 노하우를 확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 기관이 가진 해외동향 정보를 범정부 차원에서 공유할 필요가 있다. MOU 교환부터 공적개발원조(ODA) 초청연수와 컨설팅, 대외원조 차관 지원에 이르는 과정 간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미주개발은행(IDB),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국제기구가 관리하는 기금과 대외원조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전쟁 폐허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 그리고 전자정부 등 우리의 행정경험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과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성장한 우리에게는 이 소중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많은 나라와 나눠야 할 사명이 있다. “가슴을 가진 사람에게 망각은 어렵다.” 우리 행정한류가 전 세계인 가슴속에 깊이 남겨질 때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mogahap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