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기간 책을 읽었다. ‘홍대 앞에서 장사합니다’라는 책이다. 저자는 홍대 앞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이다. 홍대 근처 치킨집, 빵집, 술집 주인 창업 성공담을 소개한다. 미대에서 도예를 전공한 젊은 예술가가 흙 대신에 밀가루 반죽을 주물러 빵집을 연 사연부터 갖가지 창업담을 흥미롭게 다뤘다.
책을 읽다 보면 오프라인에서 빵을 만들어 팔든 온라인에서 인터넷 기술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든 창업 본질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골목가게 성공스토리나 천편일률적인 대기업 성공방정식을 탈피해 자신의 사업을 일구는 스타트업 성공 비결도 다를 바 없었다.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작은 시장에서도 고객에 집중하는 것. 나아가 자신 일에 깊이 몰입하는 사람은 모두 기업가정신을 가진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첨단을 달리는 인터넷 스타트업이 구멍가게 수준인 오프라인 가게서 배울 때도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골목까지 침투하지만 작은 커피가게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우리는 대기업 카페 바로 옆에서 장사를 할 겁니다”고 일갈한다. 맛과 가격, 주인 철학까지 담긴 커피 한잔을 비교하면, 오히려 장점이 더 분명해진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경쟁자는 자신처럼 특별한 스토리와 솜씨를 가진 다른 작은 커피전문점이라고 말한다.
책에서 성공한 골목가게 주인은 자신 가게를 키운 동네상권, 홍대 문화예술과의 공존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비슷비슷한 서비스로 경쟁적으로 규모만 키우는 데 치우친 인터넷 스타트업이 놓치는 부분이다.
최근 스타트업계는 연예인이 줄지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 TV광고가 늘고 있다. 서비스 혁신보다 광고비와 매출 상관관계를 떠올리는 ‘불편한 호기심’만 커지는 현실이다.
매출 신장을 외치며 무리한 이벤트를 펼치고, 고객을 빼내 경쟁자를 쓰러뜨릴 생각만 한다. 과연 우리 사회 ICT 스타트업은 골목가게 이상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돌아볼 시점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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