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사용하는 온도계를 보듯이 간편하게 심근경색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전상민 포스텍(POSTECH) 화학공학과 교수와 이상희 박사과정 연구팀은 백금나노입자와 모세관을 이용해 심근경색 여부를 알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심근경색의 징후인 혈액속 ‘프로포닌Ⅰ(Troponin I)’를 5분 만에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심근경색으로 인해 심장 근육이 썩어버리면 근육 속에 들어있는 효소나 단백질이 혈액 속으로 흘러나온다. 그중에서 트로포닌Ⅰ는 다른 장기에서 없는 단백질로, 혈액 속에서 이 단백질이 발견되면 심근경색 진단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이 단백질을 측정하려면 고가의 분석 장비가 필요하고 진단을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연구팀은 체온을 재기 위해 가정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알코올 온도계의 원리에 주목했다. 이 온도계는 맨 아랫부분에 붉은 색소를 넣은 알코올이 채워져 있고 그 위에 좁은 모세관이 연결돼 온도가 증가하면 열을 얻는 알코올의 부피가 늘어나 유리관 위로 올라가 온도를 표시하게 된다. 이 원리처럼 모세관 속 잉크방울이 심근경색을 알리는 단백질의 농도만큼 유리관 위로 올라가며 심근경색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과산화수소가 백금나노입자와 만나면 산소를 만들면서 부피가 증가해 유리병 속의 압력이 높아지는 원리를 이용했다. 심근경색을 검출할 수 있는 단백질 트로포닌Ⅰ을 검출할 수 있는 특수 나노입자를 이용, 이를 혈액과 혼합해 유리병에 넣고 잉크가 담긴 모세관이 달린 뚜껑을 닫으면 과산화수소가 나노입자에 의해 분해돼 온도계의 온도가 올라가듯이 잉크방울이 위로 올라가게 된다. 잉크방울의 높이는 온도계와 마찬가지로 단백질의 농도에 따라 달라져 트로포닌Ⅰ 농도를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5분간의 반응으로 0.1ng/mL의 아주 낮은 농도의 트로포닌Ⅰ도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백금나노입자를 활용해 색 변화를 확인해 검출해내는 기존 기술과 비교해도 정확성이 높을 뿐 아니라, 심근경색만을 정확하게 검출해내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은 나노입자에 붙이는 항체만 바꾸면 암은 물론 바이러스, 식중독균 등의 진단이나 검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권위지 ‘애널리티컬 케미스트리(Analytical Chemistry)’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