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고경력 과학기술인의 `노화`에 대한 단상

요즘 정년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노후를 어떻게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가’를 자주 언급한다. 이 질문은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사는 우리 생활감정을 잘 드러낸다.

[사이언스온고지신]고경력 과학기술인의 `노화`에 대한 단상

18세기 산업혁명과 더불어 급성장한 과학기술에 힘입어 환경은 이미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한 가지 예로 비행기를 들어 보자. 라이트 형제가 1903년 12월 17일 노스캐롤라이나 해변에서 59초간 852피트를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이때 이용한 비행기는 기능도 매우 단순해 부품 수가 불과 수백가지도 안 됐다.

요즈음 이용하는 중·단거리 전용기 보잉 737 여객기 부품 수는 총 36만7000개로 구성돼 있다. 추진엔진, 발전기, 객실 온도 및 압력조절시스템, 전기시스템, 환경제어시스템 등 여러 기능과 성능을 내는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1세기가 되면서 시스템 사용횟수와 사용시간이 증가하고 복잡해지면서 이에 따른 노화와 고장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스템 안전성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적인 손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시스템 노화를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가치이다. 노화란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기에 지속적인 감시와 적합한 가동조건에서의 운전, 유지관리보수를 통해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과 사용수명 연장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 알려진 노화관리 기법으로는 시스템 안전성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으며 간단한 부품 등이 고장이 나면 보수하는 사후정비(reactive maintenance), 주기적으로 고장이 일어나기 전이나 혹은 고장이 더 큰 문제로 발전하기 전에 고장을 탐지하고 교정하는 예방정비(preventive maintenance), 가동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간단한 진단 장비를 이용하여 가동상태를 기반으로 보수를 하는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 고장 발생 전에 고장 원인의 정밀 감시와 보수, 정비를 하는 사전 정비(proactive maintenance) 등이 있다.

이 중에 최근 개발 중이면서 몇몇 거대시스템에 적용되고 있는 고장예지 및 관리(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대규모이고 고가 시스템인 대형발전소, 항공기, 우주시스템에 적용돼 고장이 났을 때 큰 피해도 줄이고 잔여 수명 예측을 통한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해 안정성 확보와 더불어 사용수명을 확장해 경제적인 이득을 보게 된다.

인간의 삶도 기계나 시스템과 마찬가지다. 노화라는 과정을 피할 수 없다. 기계 관리하듯 과학적인 생활로 관리하는 것이 R&D에 평생을 바친 과학기술인의 지혜로운 처신이라고 생각한다.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자. 앞으로 우리가 목표하는 삶이 90년이라 예상해보면, 초기 30년은 부모 슬하에서 학문을 배우고, 이를 토대로 다음 30년은 직장을 구하고 일을 하며 새로운 가정을 꾸며 진정한 자기 삶을 산다.

나머지 30년은 이제 중년을 지나 이순(耳順), 종심(從心) 산수(傘壽), 졸수(卒壽) 시간대로 접어들 것이다.

대학에 나오는 이야기로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오늘 새롭고, 나날이 새롭고, 또 하루가 새롭다”라는 뜻이다. 옛날 은 왕조 명군 탕 임금은 세숫대야에 아홉 개 글자를 새겨 매일 아침 세수할 때마다 그 글자들을 보고 수신과 정치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했다고 한다. 탕왕 시대에는 왕의 이러한 자세가 정치에 그대로 반영돼 정치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내용이다.

나이 먹었다고 방치할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학문과 기량을 나날이 발전시켜 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가족과 동료, 후배들과 더불어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야 한다.

그간 내가 받았던 은혜를 베풀면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때 사실 건강에 대한 준비가 가장 시급한 일이다.

신체는 복잡하고 미묘한 시스템이다. 필연적으로 노화현상이 발생한다. 근골격 장애, 심장질환, 당뇨 등의 장애가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일 수도 있다. 기억력, 정신 건강, 알츠하이머 등의 정신적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노화를 우리 삶에 찾아오는 친구라고 생각하자.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여러 건강문제들을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가? 우리는 친구를 만나듯 정기적으로 병원을 놀러 가야한다. 우리는 이미 첨단의료 헬스 케어 기술, 임상·검사용 및 진찰·진단용 장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부모로부터 단지 물려받은 신체나이 외에도 과학적인 건강관리를 통해 더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과학의 생활화로 몸과 마음의 건강관리를 준비해 더 행복하고, 균형 있고, 보다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미래를 설계해보자. 과학기술인이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강영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 yhkang2@reseat.re.kr